"짠 맛 잃은 소금은 내버려져 짓밟혀"
송광수 총장 퇴임식, 29년 검사 생활 마감 "공수처·경찰독립 반대"'정의와 인권 수호하는 명예로운 검찰' 당부
2일 오전 대검청사에서 열린 제33대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송광수 검찰총장이 후임 총장으로 내정된 김종빈 서울고검장 등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서울=연합
한국판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 송광수 검찰총장이 검찰의 환골탈태를 통해 수사 독립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뒤로한 채 2일 29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감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그는 최근 여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설립과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와 관련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퇴임 순간까지 검찰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권력 주변 인사들에 대한 비리 수사, 17대 총선 사범에 대한 엄정한 처리를 통해 깨끗한 정치문화로 옮겨가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2년 전 이 자리에서 중립과 독립을 지키는 정의로운 검찰을 위해 작은 디딤돌 하나를 놓는다는 마음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공명정대하고 따뜻한 검찰이 되기 위해 권위적인 모습은 떨쳐버리고 국민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자 애썼다"며 격동의 2년을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수처 설립과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가 검찰 조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여권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공수처 문제와 관련, 그는 "부패의 근원적 제거는 온 국민의 소망이지만 과연 수사기관이 부족해서 부패가 근절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며 공수처 설치 문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우리는 누구보다 부패척결에 앞장서 왔고 지난 2년 간 부패와 전쟁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다면 더 질책하고 채찍질해 달라"고 역설했다.
또한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직설을 내뱉었다.
그는 "헌법과 법률이 어떤 기관에 어떤 권한을 부여하는지 기본 이념을 성찰해야 한다. 국민에게 더 높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찰 수사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하겠지만 그보다 더 높은 목표인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마련된 체계의 근간을 허물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짠 맛을 잃은 소금은 아무 데도 쓸 데 없어 밖에 내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뿐이다'는 옛말을 인용한 그는 "검찰은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를 척결하는 세상의 소금과 같으며, 검찰이 정도(正道)를 벗어나 사도(邪道)를 넘나들거나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눈치를 살피려 한다면 사회의 소금이 아니라 공공의 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최대 화두로 떠 오른 인권 문제를 의식한 듯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이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임을 잊지 말아달라. 국민은 검찰이 피해자의 인권도 보호 못 하고 사회의 거악도 파헤치지 못하는 무능한 존재이길 바라지 않는다"고 설파했다.
그는 `그대의 마음 속에 식지 않는 열과 성을 가져라. 그러면 그대는 드디어 일생의 빛을 얻을 것이다'는 괴테의 글을 인용하며 후배들에게 굳은 각오와 단합, 열정으로 정의와 인권을 수호하는 명예로운 검찰을 만들어줄 것을 당부하며 퇴임사를맺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입력시간 : 2005/04/02 1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