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하드웨어 만으론 IT강국 한계… SW, 핵심산업 육성 서둘러야

[창간 기획]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한다- 다시 뛰는IT코리아<br>휴대폰 등 IT기기 자신감 안주하다 국내업체 세계 SW점유율 1.8%불과<br>콘텐츠 과감한 투자·인재 키우기 시급 "정부서 IT지원 총괄·규제도 개선을"

삼성전자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육성을 위해 전국 대학을 순회하며 스마트폰 개발자가 직접 애플리케이션 강의를 제공하는‘갤럭시 아카데미’ 를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ㆍ기업ㆍ국민 모두가 총력을 기울이면서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시대에 촉망 받는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로 우뚝 섰다. 초고속 유선인터넷망 등 인프라는 세계 톱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휴대폰 등 IT기기와 같은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세계 2, 3위를 다툴 만큼 급성장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SW) 부문과 세계 디지털IT시장을 이끌어갈 창의력과 아이디어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현실에 안주하고 혁신의 노력이 부족하다 보니 지난해 말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후 한국 IT업계는 메가톤급 충격에 휩싸였다. '아이폰' 신드롬은 국내 IT업체들을 당혹스럽게 했고 IT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한국은 IT강국이 아니다"라는 문제 제기가 나올 정도로 위기론이 거세지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급변하고 있는 세계 모바일시장에서 강력한 소프트웨어 기반의 제품을 출시한 애플ㆍ구글 등에 밀리고 있다. 스마트폰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은 IT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제조기술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애플과 구글은 독자적인 운영체제(OS)로 휴대폰 단말기와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으며 새로운 먹이사슬(Value Chain)을 형성하고 있다. 하드웨어 일변도인 한국 IT에 경고등이 울린 셈이다. 실제로 한국의 IT 경쟁력 순위는 매년 하락하면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능력 향상이 시급=국내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은 고작 1.8%에 불과하다. 조석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은 "한국의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은 2008년 1.8%로 국산화율도 1∼15%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핸디소프트ㆍ한글과컴퓨터ㆍ티맥스소프트 등 국내 주요 소프트웨어 관련기업들이 어려운 경영환경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연세대 전임교수로 임명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국 IT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인재양성이 중요하다"며 "대학에서 후배들에게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인재들의 능력이나 실력은 절대 외국에 뒤지지 않는다"면서 "아이디어ㆍ이론이 실질적인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능력만 강화되면 우리나라에서도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배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역설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IT 관련 전공 학생들이 실무능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과감한 투자와 도전정신이 절실=글로벌 진출과 함께 IT기업들의 공격적인 전략목표와 도전정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는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에는 현상유지라는 것은 없으며 성장하지 않으면 밑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경부가 개최한 '글로벌 SW 코리아 포럼'에서 PwC컨설팅은 "그룹사 차원에서 소프트웨어를 핵심 사업으로 인식하지 않아 과감하고 전략적인 투자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은 R&D 투자미흡과 협소한 내수시장에 안주해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순위에서 국내 삼성SDS가 58위, LG CNS 76위, SK C&C 99위, 안철수연구소 361위, 핸디소프트가 275위에 그치는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남영호 국민대 교수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그룹사 차원에서 전략산업으로 보고 과감한 투자와 해외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며 "소프트웨어 기업도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요건"이라고 말했다. ◇폐쇄적인 규제, 산업구조 개편해야=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IT산업이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충격에 휩싸인 근본 원인은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와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산업구조"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IT 분야에서 뒤처지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면서 "IT를 총괄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IT 경쟁력 하락의 주요인으로는 현 정부 들어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그 기능이 방송통신위원회ㆍ지식경제부ㆍ문화체육관광부ㆍ행정안전부 등으로 나뉘어 정부의 IT지원책이 위축된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한국의 경우 대기업은 지속적으로 혜택을 누리고 새로운 기업은 불이익을 받는 구조에다 시장이 공정하지 않으며 산업지원 인프라가 허약하기 때문"이라며 "하드웨어만 잘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ㆍ콘텐츠가 똑같은 비중으로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고 IT업계와 소비자가 모두 참여하는 개방적인 협력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 IT강국 재건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비전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는 지난 7일 서울경제신문이 개최한 포럼에서 "인간을 염두에 둔 단순, 간결한 IT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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