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이라크 유전개발'의 허실

“남북 지역을 막론하고 이라크 전역에서 우리 기업들이 유전을 확보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이른바 꿩먹고 알먹고 식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쿠르드 자치지역의 이라크 유전을 대거 확보했다는 소식을 듣다 보면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전개된 사정을 보면 이렇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주도로 지난 14일 석유공사 등 한국컨소시엄과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가 4개 광구 자원개발에 대한 생산물분배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대해 이라크 중앙정부가 “한국컨소시엄과 쿠르드 자치정부간의 계약을 인정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칫 잘못하면 인수위의 업적이 무위로 돌아갈 판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충분히 예상된 일로 인수위에 속도조절을 당부했지만 ‘인수위 측에서 (인수위는)아직 정부가 아닌 만큼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강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라크 중앙정부는 바그다드 중앙정부의 승인이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쿠르드 자치정부와 맺은 모든 계약은 불법이라고 강조해왔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던 정부는 인수위 측에 처음부터 이를 설명했고 결국 ‘(쿠르드 계약건에 대해)정부는 빠지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자 인수위는 외교통상부나 산업자원부 등 실무 부서를 배제한 채 인맥을 이용, 직접 쿠르드 현지에 사람을 보내 계약 성사에 공을 들여 성과를 얻어낸 게 저간의 사정이다. 문제는 자칫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 석유는 2월18일까지 세계 각국을 상대로 핵심 유전지대인 남부 이라크에 대한 석유개발 신청을 받았고 여기에 석유공사ㆍ가스공사ㆍSK에너지 등 우리기업들이 대거 지원했다. 우리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북부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그렇다고 남쪽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조율이다. 이라크 중앙정부를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쿠르드 지역 유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느냐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자원개발 문제는 최종 사인때까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관계자들의 조언이 새삼 귀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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