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덫에 걸린 '참여경제'

이제는 돌이켜봐야 할 때다. 꼭 1년 남은 참여정부의 경제성적표는 과연 집권 초기의 목표대로 이뤄졌는지 돌이켜봐야 할 때다. 올 연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도 지난 4년의 공과를 따져봐야 한다. 물론 경제성적표라는 게 집권 후 잘한다고 금방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논란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숫자로 뒤돌아보는 경제성적표를 온통 거짓말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참여정부 4년 동안 나타난 경제지표가 초라한 것만은 아니다. 평균 경제성장률 4.2%에 코스피지수는 130%나 뛰었다. 또 원화가치는 20% 이상 높아졌고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내다보고 있으며 물가상승률은 안정적이다. 특히 수출은 지난해 3,257억달러를 기록하며 화려한 두자릿수 상승 행진을 거듭했다. 겉만 보면 전혀 아쉬울 게 없다. 더욱이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을 감안한다면 좋은 성적표라고 자부할 수도 있다. 화려한 지표 비해 내실없어 하지만 성장동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제조업의 경우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세운 기록은 또 있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가 지난 99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또 국민의 정부에서 발행한 공적자금을 국채로 전환한 탓이라고는 하나 분명 나랏빚도 크게 늘었다.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지난 연말 283조원으로 4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고 안도할 수는 있겠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에 치중해온 성과가 나타난 것도 물론 아니다. 고소득가구 상위 20%와 저소득가구 하위 20%의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소득5분위배율도 2003년 7.23에서 지난해 7.64로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가리키는 지니계수도 0.351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소득지니계수가 아니라 부의 지니계수라고 할 수 있다. 근로의 대가인 소득이 아니라 상속이나 불로소득으로 얻은 자산까지 포함해 불평등 정도를 표시하는 부의 지니계수라는 관점에서 보면 암담하기까지 하다. 특히 참여정부 4년 동안 수도권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정말 악마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행정중심복합도시ㆍ혁신도시 등 각종 개발계획이 야기한 땅값 급등도 부의 지니계수를 악화시킨 원인이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다 보니 가계신용잔액은 560조원에 육박했고 금리상승기에 접어들어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는 더욱 위축되는 양상이다. 참여정부의 이 모든 경제성적표가 참여정부만의 탓은 물론 아니다. 서비스업 비중이 도리어 감소해온 산업구조의 왜곡과 저출산ㆍ고령화의 거센 파도처럼 한꺼번에 몰려오는 갖가지 딜레마는 쉽게 해소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저금리정책은 유동성 함정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았고 늘어나는 국가채무는 거시정책에 한계를 지웠다. 또 높은 수출 상승세를 견인한 반도체나 정보기술(IT)처럼 시설투자를 고도화해도 고용 창출에는 별 도움이 되지않는 뜻밖의 현상도 나타났다. 정책 실패로 경제 더 위축 그러나 달리 보면 참여정부는 갖가지 로드맵으로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도리어 사회 갈등을 악화시켰고 궁극적으로 경제마저 위축됐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이는 독일병의 뿌리로 여겨지는 70년대 초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연상하게 한다. 생산성에 비해 노동 비용이 높아져 기업들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해외로 탈출해 국내의 일자리는 더욱 줄어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덫에 걸린 ‘참여경제’의 저변을 살펴보면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경고했듯 평등에 대한 지나친 열정이 자유를 위협했다고도 할 수 있다. “시민들은 자유인으로서 평등을 원하지만 이를 달성할 수 없으면 차라리 노예로서 평등을 원한다”는 게 160년 전 토크빌의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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