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UPGRADE 한국의 노사문화] 3-5(최종).“勞-使-政 대화로 제2대타협 이뤄야”

서울경제신문은 지난해 말부터 17회에 걸쳐 게재한 기획시리즈 `업그레이드(Up Grade) 한국의 노사문화`의 마지막 편으로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을 듣고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처우개선, 산별노조 결성 등 노동현안에 대한 타협점을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양측의 이견에도 불구, 대화로 충분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근로시간 단축 문제로 노사가 더 이상 대립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경영계가 연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제2의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양측이 신사협약을 맺어 대화와 협력의 노사문화를 정착시키자”고 제안했다. ▲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지식정보화시대가 도래했고 노사관계도 이에 맞는 글로벌 트렌드가 있다. 과거 산업화시대에는 노조를 배제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이제는 노조를 경영에 참여시켜 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노동참여주의가 확대되고 불신과 대립이 신뢰와 협력으로 변한 것이다. 노사정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노동자를 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파트너십을 갖추는 것이 시대적인 흐름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 노사관계는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후진적 노사관계는 국내기업을 외국으로 내몰고 외국인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우리나라는 경제발전에 비해 민주화가 균형있게 진행되지 못해 사용자측의 처신이 어려웠다. 노동운동이 민주노조운동으로 발전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발전의 과정에서 민주적이지 못한 부문이 노사관계 갈등요인으로 작용했고 노사발전의 걸림돌이 됐다. 이제는 기업내의 의사결정과정이나 비민주적인 부분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 경제가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불가피했지만 정경유착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사용자들이 기업단위의 노사문제보다 노동운동 차원이나 정책적인 차원에서 공격을 많이 받아왔다. 지금은 사용자들이 과거의 굴레를 벗어나서 소신있는 노사관계의 당사자로 자리잡는 과도기적인 시기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운동은 87년 이후 15년에 불과하다. 대기업 중심의 기업별 노조운동을 해온 것이 노동운동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개선시키는 데 치중하면서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고 정치적인 힘을 키우는 노력을 충분히 못했다. 통큰 타협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힘의 균형이 필요하며 이 힘을 키우는 데 소홀했다. ▲이 원장=지난 15년간 우리 국가ㆍ사회ㆍ기업의 발전과 일자리 제공 등에서 노사관계가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면서도 정부가 이에 대해 얼마나 투자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중요한 것을 공짜로 얻으려고 한 것이다. 노사관계가 안정되려면 노사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노사분쟁이 많은 것도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아서다. 정부가 노사 인프라를 확충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손 실장=노조의 성장을 더 이상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무노조경영이나 노조무력화를 주장하는 사용자들이 상당수 있어 노사관계가 어려워진다. 이런 점 때문에 노사가 아직 대립할 수 밖에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격차가 심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별 교섭이 불가피하다. 노조의 존재여부, 기업의 지불능력 등에 따라 노동자의 처우도 크게 차이난다. 이것이 확대되면 경제, 사회, 노동자 모두 어려워진다. ▲김 전무=우리나라 노조는 조직률이 12%밖에 안돼 미약하지만 노동운동의 강도는 상당히 강경한 편이다. 사용자가 노조를 기피하는 현상들이 나타나지만 노동운동의 전략적인 측면에서 고민을 같이 해야한다. 특히 산별교섭을 요구하고 있는데 조직도 커지면서 노조운동의 강도을 높이는 두마리 토끼를 다잡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노동운동이 대중화 돼야 한다. 국민과 함께 하는,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주지않는 노조운동을 펼친다면 조직률을 높일 수 있다. ▲이 원장=노사정 모두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선도적으로 변하고 사용자가 그 다음에 변한 후 노동자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게 좋다. 또 최고경영자가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경영자는 `노동자가 기업의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노동자는 기업에 플러스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내부고객만족을 통해 외부고객만족을 추진하는 것처럼 종업원과 노조가 기업에 만족할 때 경쟁력이 높아지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노동자도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의 지속적인 향상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됐을 때 이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전문성이 담보돼야 하며 동시에 경영효율성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 ▲손 실장=대기업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고는 노동조건이나 노조활동이 어느 정도 정착이 됐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노사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런 문제는 산별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산별노조는 노조의 투쟁을 강화시키는 것보다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도록 하는 순기능이 더 크다. 산별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노조 내부에서도 불안감이 크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김 전무=기업이 산별교섭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우선 산별교섭이 이뤄지고 난뒤 기업별로 각각의 이슈를 두고 교섭하는 이중교섭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산별노조가 연대파업을 할 경우 경제에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더욱이 증권노조나 면방업노조는 비슷한 업종들이 모여있지만 금속노조에는 너무 다양한 업종이 모여 사실상 산별교섭이 이뤄지기 어려운 점도 있다. ▲손 실장=자본주의 사회인 만큼 노사간 마찰이 생길 수 있고 산별노조로 가더라도 파업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기업별 노조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차원에서 거론하는 것이다. 이중교섭 문제의 경우 금속노조의 공통된 최저임금수준이나 근로시간을 해결해두면 기업별로 싸우는 것보다 대가가 훨씬 쌀 것이다. ▲이 원장=파업은 교섭을 위한 파업이 돼야 하는데 일부 사업장은 충분한 교섭없이 파업을 위한 교섭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사업자는 산별체계로 하면 노조가 더 심하게 파업을 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다. 파업은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하며 노조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우리 노사가 구조조정 문제로 많이 대립해왔고,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조조정의 문화는 없는 것 같다. 우리에게 맞는 구조조정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는데. ▲손 실장=호황과 불황이 있고 경쟁력을 갖추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사회적으로 품어안을 수 있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과제다. 그동안은 구조조정으로 내몰리면 노동자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또 기업이 경쟁력 강화보다는 정규직 대신 임금이 싼 비정규직을 채용하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의혹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의 경우 투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정보나 경영참여가 있어야 한다. 노사가 같이 고민하고 노조가 수긍해서 같이 대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김 전무=노사관계 자체가 원만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자측이 구조조정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더라도 납득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노조의 기본적인 불신이 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불만은 인력조정 문제다. 한번 직장을 나간다는 것이 노동시장에서 영원히 퇴출된다는 인식을 없애지 않는 한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이 원장=구조조정은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노조와 합의가 안될 수 있지만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경영자부터 나서서 고통분담을 해야 노조를 납득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해고자가 밖에 나가서 낙오자가 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남아있는 근로자의 애사심도 높아진다. ▲김 전무=회사에서 자연스럽게 인력을 조정할 수 있어야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고 고용할 수 있다. 비정규직은 계약을 통해 자연스럽게 방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호한다. 이는 정규직이 고용의 유연성이 워낙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격차 등의 문제점을 낳기도 한다. ▲손 실장=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은 하늘과 땅 차이다. 임금은 절반 수준에 불과해 한국에서 비정규직은 극빈층일 수 밖에 없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추진하면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는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 이러면 정규직에 매달리는 기업도 없어지고, 차별도 많이 해소될 것이다. 어떤 영역을 정규직ㆍ비정규직으로 할 지도 재검토할 시기가 됐다. ▲이 원장=비정규직의 문제는 임금격차와 고용불안이다. 임금격차 문제에서 정규직의 고용이나 임금결정의 경직성에 따른 부담이 비정규직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격차가 큰 것은 문제다. 복수노조가 되면 더 심해질 수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노동이란 상품의 동일성을 따지기가 어렵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강제하기 어렵다. 원칙적으로는 방향이 맞지만 단기적으로나 행정적으로 강제하기는 힘들다. 중립적인 전문가와 함께 단계적으로 풀어야 한다. 고용안정문제는 평생직업을 갖도록 인식을 바꿔야 하며, 직장 이동이 빈번한 근로자를 위한 고용안정시스템 등 사회적 인프라도 확충돼야 한다. 노조의 경우 정규직과 사용자가 담합적 관계를 만들어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 전무=비정규직의 연령ㆍ학력ㆍ근로시간 등을 감안하면 정규직의 70% 이상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시장의 여건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들고 있다. 일자리가 적어지면 근로자가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이라도 찾게 된다. 이는 노동시장 정책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 ▲손 실장=주5일근무제의 경우 노동여건 후퇴를 최소화 시키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너무 늦게 적용하면 정규직과의 노동여건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만큼 이들에 대한 시행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 ▲김 전무=근로시간 단축은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방점을 잡고 이미 굴러가는 돌이 돼버렸다. 노사간에 적절한 의견을 조절한 후 결론을 내야 한다. 또 다시 논란이 되면 노사 양측에게 좋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문제가 산업현장에서 다시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정된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정도경영을 펼쳐야 한다. 노조에게 줄 것은 주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또 노조를 정성을 가지고 끈질기게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조는 지도자들이 리더십을 가져야 하며, 인기에 영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신있게 사용자와 협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손 실장=노동계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신을 지키기에 급급했다면, 앞으로 전체 노동자를 위해 나가야 한다. 전체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통큰 대화를 할 것이다. 산별노조도 그런 각도에서 봐야 한다. 정부는 노동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가 조화롭게 발전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경제정책과 같이 노동문제를 다루도록 위상을 높여야 한다. ▲이 원장=노사간의 견해차가 있지만 성심으로 대화하고 공감대를 넓혀간다면 빠른 시일내에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사정의 대화기구를 만들고 `제2의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내기를 바란다. 이를 기초로 신사협약을 맺고 노동자에게는 안정된 일자리와 근로조건을, 기업에게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정리=조영주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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