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다에게 찾아온 겁제7보(70∼80)
백70을 허용한 죄로 흑대마는 정처 없는 유랑의 신세가 되었다. 찬스가 왔을 때 과감하게 두지 못하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쫓기게 된다.
흑73·75는 공배나 다름없는 곳이지만 일단 이렇게 고개를 내밀지 않으면 숨통이 막힐 터이니 부득이한 수순이다.
흑77로 참고도의 흑1·3으로 강하게 역습하는 수가 검토실에서 심도있게 연구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백4 이하 8로 죽기살기 게임인데 백12가 수상전의 급소가 되어 흑이 함락된다.
흑77은 이 한 수. 이수로 「가」에 밀면 백에게 요충인 77의 자리를 역으로 당하게 된다.
백78은 최강의 공격수. 이시다는 공격을 계속 퍼부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즐거움에 도취되어 있었다. 상변에는 완벽한 확정지가 생겼고 중원도 상당히 두터워졌다. 이만하면 집으로 따돌리는 데 성공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유망한 바둑.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겁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었다. 그 겁이 백80이라는 어정쩡한 수를 두게 했으니…. /노승일·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0/05/14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