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사람]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정유사들 담합 강력히 처벌하면 유통구조 개선될 것"



'주유소들 원적지 관리' 관행
기름값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
이번 기회에 수직계열화 깰 것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위해선
공정한 거래문화가 가장 중요
中企CEO와 릴레이 간담회
생생한 현장의견 직접 들을 것
경쟁 당국의 역대 수장 가운데 취임한 지 만 석 달도 안 돼 김동수(사진) 공정거래위원장만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많지 않다. 그만큼 김 위원장은 굵직한 경제 현안 대응에 속도전을 펼치며 뉴스의 중심에 섰다. 연초 취임 직후 전광석화처럼 인사를 단행, 조직을 정비하자마자 대대적인 물가조사에 나섰다. 물가급등에는 생필품 가격담합 조사 및 물가정보 공개, 전ㆍ월세 대란에는 부동산친목회 조사, 기름 값 급등에는 정유사 조사로 대응했다. 때문에 공정위가 '물가 당국'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취임 이후 김 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물가 잡기에 올인한 것만은 아니다.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관련해 거침없는 행보로 균형을 잡았다.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위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릴레이로 가졌으며 최근에는 중소기업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듣기 위해 중소기업 CEO 릴레이 간담회를 시작했다. 이제는 결과에 대한 기대가 큰 시점. 두유ㆍ반찬류 등 생활 밀접품목에 대한 담합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정유사 조사 결과다. 김 위원장은 과점 정유사들이 공고하게 구축한 유통구조를 과연 한번의 조사로 깰 수 있냐는 의문에 기대를 가져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주유소가 다른 정유사로 거래처를 옮기지 못하도록 하는 '원적지 관리'는 정유사-주유소 수직계열화의 핵심고리"라면서 "원적지 관리 관행을 이번 기회에 담합으로 강력히 처벌하면 유통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일회용품'이 아니다"라며 대기업 행태에 일침을 가했다. 취임 석 달을 맞아 17일 서초동 공정위 사무실에서 만나 그간의 성과와 정책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유사 담합 제재, 유통구조 바꿀 것" 공정위는 생활물가 담합 조사에 대한 그동안의 결과를 오는 5월까지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끌고 있는 품목은 정유사 담합 조사다. 김 위원장은 정유사 조사가 일회적 효과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정유사들이 '원적지 관리', 즉 타 정유사 원적 주유소를 침범하지 않는 관행 때문에 주유소 확보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이는 결국 주유소에 들어가는 기름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유사 간 원적지 확보 경쟁이 없기 때문에 주유소에 기름이 비싸게 들어가고 이는 다시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기름 값이 구조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제재로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수직계열화된 유통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2008년 배타조건부 거래 및 사후정산 관행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소용이 없었던 점을 지적하자 김 위원장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정명령 수준이 아니라 담합으로 강력히 제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외에도 공정위는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식경제부ㆍ기획재정부와 함께 참여하고 있는 '석유가격 TF' 결과도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합조사와 관련해 두유ㆍ반찬 등과 같은 식료품에만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김 위원장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요즘 물가가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큰 부분도 계속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신비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와 함께 TF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요금 문제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중소기업은 일회용 아니다" 그는 "중소기업은 일회용이 아니다"라는 말로 대기업의 행태를 비판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가야 하는데 현재 대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김 위원장은 "약이 순간적으로 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처럼 대기업들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도 단기이익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대기업 CEO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물가ㆍ동반성장 등의 현안을 놓고 '재계 군기 잡기가 아니냐'는 재계의 불편한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대ㆍ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 문화'가 가장 중요하고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대기업 CEO들이 앞장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재계의 협력을 구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가 법 집행을 하는 차가운 파수꾼이 아니라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는 재량 내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 대기업들에 협력업체와 영원한 파트너로 간다는 마음으로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대기업 CEO들도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CEO보다는 오너를 만나 의견을 전달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긍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2월에는 우선 업종을 나눠서 서비스ㆍ제조ㆍ건설업종 CEO를 만났고 3~4월에는 중소기업 현장 실태를 볼 예정"이라며 "정부 의사 전달에 필요하다면 대기업 오너들도 만나겠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회장과의 만남도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특정 기업 집단을 지정해서 만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중소기업 CEO 릴레이 간담회를 시작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이 같은 CEO들의 다짐이 제대로 현장에 전달됐는지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만약 중소기업 현장에 CEO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면 중간관리자의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는 게 아니겠냐"며 "아직 9ㆍ29정책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이른 시점이라도 현장의 분위기와 요구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4일 구로 지역의 ITㆍ제조업체 중소기업 CEO 간담회를 시작으로 오는 25일에는 대전·청주, 30일에는 광주를 찾아가 지방 중소기업 대표들로부터 현장의 의견을 직접 들을 예정이다. 중소기업 보호에만 치우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형편없는 기업을 대기업이 파트너로 삼을 수 있겠느냐"며 "이번 하도급법 개정안도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은 장기적으로 보호해줄 부분은 보호해주는 가운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대책과 개정된 법안은 중소기업을 보호의 그늘 속에 두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반의약품, 홈쇼핑TV 등 규제 완화해야 공정위는 여당 내 야당이다. 공정위는 산업 전반에 있어 경쟁제한성을 없애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산업별 업무를 소관하는 타 부처와 선의의 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올해 마련하고 있는 3차 진입규제개선안도 타 부처와 의견이 맞부딪힐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 홈쇼핑TV 등록제 등은 공정위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규제개선 대상이다. 김 위원장은 "주무 부처들이 소극적이지만 의미 있는 규제개선안을 최대한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의약품의 슈퍼판매 허용과 관련해서는 "공정위는 당번 약국제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보건복지부가) 보안된 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이외에도 공정위는 홈쇼핑TV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규제개혁에 대해서도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논란이 커지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판단하기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이미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성과공유제'와 크게 다를 바 없으면 기업에도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구체적인 안이 나오는 대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물가·소비자·中企 뗄 수 없는 키워드
■金위원장 이력 보면 김동수 위원장의 이력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의 교집합은 '물가' '소비자', 그리고 '중소기업'이다. 김 위원장은 행정고시 22회로 지난 1979년 옛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재정경제부에서 소비자정책과장ㆍ생활물가과장ㆍ물가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물가 부문을 담당하면서 제조물책임법ㆍ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등을 제정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법의 토대를 닦았고 서민 주거생활 안정을 위한 주택보급 확대와 전세보증금 융자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질서가 결국 물가안정의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신념의 토대가 이미 오래 전부터 쌓여온 셈이다. 이후 국무조정실 규제개혁2심의관,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으로 잠시 파견 나갔다가 2006년 재정경제부로 돌아와 경제협력국장ㆍ정책홍보관리실장ㆍ차관보ㆍ제1차관을 역임했다. 수출입은행장을 맡으면서 김 위원장이 주목한 것은 일류 중소기업 육성 사업이었다. 나라의 허리가 튼튼하려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장 재직 시절 '히든 챔피언 육성사업' 등을 펼쳤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는 중소기업 지원책보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공정한 시장경제 여건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약력 ▦충남 서천(55) ▦고려대 경영학과 ▦미 하와이대학원 경제학 박사 ▦경제기획원 예산실 ▦재정경제부 생활물가과장ㆍ물가정책과장 ▦국무조정실 규제개혁2심의관(2급) ▦재정경제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기획재정부 제1차관 ▦수출입은행장
"공정위 역할, 시기마다 악센트 달라…지금은 물가안정 시급"
김동수 위원장은 취임 직후 공정위의 역할론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물가를 잡겠다는 그의 말에 공정위 안팎에서는 공정위의 존재 가치를 흔든다고 반발했다. 경쟁을 촉진해야 할 공정위가 경쟁을 제한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비판을 "공정위의 역할은 시기마다 '악센트'가 다르다"며 반박했다. 그는 "(공정위는) 국민 경제생활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역할에 대해 "시대별로 역점을 뒀던 업무가 달랐다. 지난 1990대 이전에는 불공정거래 행위 위주로 보다가 1990년대 들어 재벌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를 해소하는 데 업무 중심이 가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과 카르텔을 중점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국민의 대다수가 물가안정이 시급한 때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권한범위 내에서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서 일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공정위가 외국의 경쟁 당국과 역할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공정위는 소비자 정책과 경쟁 정책을 동시에 맡고 있다"며 "소비자 정책은 물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재임기간 동안 공정위의 정책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공정위가 독립성을 갖고 준사법적 기관으로서의 역할, 즉 냉정한 심판자로서 위상은 확실히 섰다"고 평가했다. 담합과 같은 시장경제질서에 반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처벌결정을 내리는 법 집행기관, 이른바 '경제검찰'의 역할은 상당히 강화돼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이제 경제검찰을 넘어 공정한 사회의 기반이 되는 정책 입안자로서의 역할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공정행위를 제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를 한 차원 높게 선진화시키는 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ㆍ중소기업 간, 소비자ㆍ생산자 간 바람직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입안하는 데도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사회에 걸맞게) 문화를 개선한다면 위법행위 적발과 제재 역할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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