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통화가치 연일급락 '살얼음판''미국이 감기에 걸리면 이머징 마켓은 폐렴을 앓는다.'
미 경기 침체에 따른 세계경제 불안증가로 이머징 마켓이 비틀거리고 있다. 주가와 화폐가치가 연일 급락하고 있으며 국채에 붙는 가산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특히 미 의존도가 높은 중남미 금융시장 상황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모라토리움(대외채무지불유예)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아직도 지난 97~98년 금융위기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 국가는 미 경기침체에 따른 파장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또 시장경제에 완전한 통합단계에 와 있는 동유럽도 세계경제 침체의 도미노현상에서 예외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들의 공조시스템에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어 이머징 마켓을 구원할 대책마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급락하는 환율ㆍ주가
이머징 마켓의 불안이 증가하면서 주가와 화폐가치가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다.
국가부도 위기감이 확산되며 아르헨티나의 주가지수는 10일 6% 급락, 34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대비 17% 가량 떨어진 수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가 폭락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암울하게 전망했다.
남미의 또 다른 경제 대국인 브라질 증시의 주가지수는 전날대비 2.42% 하락한 13,569.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대비 12.7% 가량 떨어진 수치. 또 지난 주 달러당 2.50레알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바 있는 브라질 레알화는 10일 중앙은행의 개입에도 불구, 달러당 2.492레알로 지난 주에 비해 하락했다.
이외에도 칠레의 화폐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위험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ㆍ타이 등 경제가 이미 불안했던 국가뿐 아니라 이머징 마켓 중 가장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던 싱가포르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싱가포르 정부는 10일 지난 1ㆍ4분기에 이어 2ㆍ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으며 싱가포르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그 가치가 11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한 상태다. 이와 함께 주가지수도 연초대비 10% 이상 떨어졌다.
이밖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화폐인 랜드화 가치도 달러대비 사상최저치로 폭락하고 폴란드의 즐로티화도 급락하는 등 아프리카와 동유럽의 이머징 마켓도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가파른 파고에 휩쓸리고 있다.
◆ 대책마련 쉽지 않을 듯
전문가들은 최근 선진국들이 무역분쟁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어 이머징 마켓을 위기에서 구원할 수 있는 대책을 쉽게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취임 이후 금융지원 기준강화 등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어 자칫 위기에 접어든 일부 이머징 마켓 국가에 대한 방을 놓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높다.
미 정부는 10일 이 같은 불안감이 고조되자 일부 국가에서 발생한 위기가 다른 국가로 전염될 가능성은 적다며 미국 등 선진국은 이를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 시장관계자들은 세계경제를 불안에서 건져내기 위해 선진국의 공조가 과거같이 이뤄질지에 대해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