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시장에 준 메시지는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에 현재의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FRB는 이날 은행간 단기 금리를 45년만에 최저인 1%를 유지하면서, `구두 개입`을 통해 시장의 저금리를 유도하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이것은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장기채권 금리가 급상승하는 괴리현상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FOMC 발표문은 “현재의 금리 정책이 경제활동에 지속적인 버팀목이 되고 있다”며, `몇 분기 동안에`, `상당한 기간` 또는 `예측가능한 미래에까지`라는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용어를 써가며 저금리 정책 유지 방침을 역설했다.
FRB는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기대한 `경기 회복 선언`을 보류했다. 뉴욕 월가에서 기대하는 낙관론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경기 호전 요인과 부정적인 측면을 똑 같은 비중을 두고 지켜보자는 신중론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FRB의 이 같은 분별력 있는 입장은 고용시장에 여전히 일자리가 줄어들고, 가격 상승의 힘이 죽어 있다는 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현단계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지만 경기 회복시 필요악처럼 나타나는 인플레이션도 또한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며,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한 경기 회복이 완전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현재의 경기 회복 조짐은 저금리 등 경기 부양책에 의존하는 만큼 경제가 제발로 온전하게 일어 설 때까지 1%대의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시장에 전한 것이다. 주식시장은 그린스펀 의장의 뜻을 반겼고 채권시장에서도 미국 국채(TB)는 안정을 찾았다.
월가에서는 1%의 저금리가 연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에 우세하다. FRB이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이 0.5% 포인트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더 이상 금리를 내기기도 어렵거니와, 금리 인상 요인이 나타나더라도 섣불리 경기 회복의 싹을 손상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모처럼 참석 위원의 만장일치를 얻어냈다. 지난 두번의 회의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조짐이 미약했기 때문에 간부들 사이에 심각한 견해차를 보였지만,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이는 현 시점에선 전원이 그린스펀 의장의 지도력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뉴욕 월가의 분위기는 중앙은행보다 훨씬 낙관적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54명의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ㆍ4분기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3.6%로 한달전 조사때의 3.5%보다 높게 나왔다. 월가 전문가들은 FRB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장기 국채를 매입할 것으로 보고 TB를 대량 매입했다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적다는 FRB의 판단에 대량 매각에 나서 채권시장에 최근 두달 사이에 크게 흔들렸었다. 채권시장 매니저들은 일단 FOMC의 판단을 받아들여 관망세를 보였지만, 앞으로 거시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경우 채권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