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의 현주소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서울은 지금 만원이다. 면적은 부산, 대구, 인천, 울산 등 다른 대도시보다 작지만 인구와 지역 총생산, 사업체 수는 전국의 4분의 1을 넘는다. 의료기관은 부산과 대구를 합친 수보다 무려 2배 이상이다. 은행은 전국의 3분의 1이지만 은행예금은 전국의 절반 이상을 웃돌고 있다. 법인세는 무려 전국의 71%를 차지한다. 반면 주택보급률은 다른 대도시보다 떨어진다. 이 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현주소다. 서울은 천혜의 경관을 지닌 아름다운 도시이다. 높고 낮은 산이 있고 그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고 도시 한가운데를 넉넉한 품을 가진 한강이 자리하니 그 입지는 가히 수도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은 어떠한가.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 중에서 상당수는 농촌 출신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마음은 늘 풋풋한 고향의 정감을 잃지 않고 사는 이들이 많다. 또 새롭고 좋은 일은 항상 서울에서 먼저 시작됐다. 뭇사람들에게 약속의 땅으로 여겨질 정도로 서울은 인구와 산업을 당기는 힘이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서울은 40여년 전부터 거대도시병을 앓고 있다. 1960년대초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모여들었고 이에 따라 교통난은 물론 주택ㆍ급수난에 쓰레기ㆍ범죄문제까지 쌓여 당시 시장(市長)마저 `서울에는 서울 사람이 살고 시골에는 시골 사람이 살아야 한다`고 외치기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 64년 이후 각종 인구집중방지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실효를 보지 못했다. 급기야 과밀부담금 부과 형식의 경제적 규제에도 나섰지만 90년대 수도권 5개 신도시 건설로 서울의 평면적 확대만 증폭시키고 말았다. 지금도 서울의 비대화에 영향을 주는 반경 20∼25㎞내 택지개발지구는 무려 60곳을 웃돌고 면적은 2,400만평이 넘는다. 서울주변 그린벨트 해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복지, 문화 등 전 분야 일등으로서 서울의 상황은 계속되어야 하는가. 또 집중도(集中度) 분산은 구두선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국제도시로서의 경쟁력 강화와 행정수도 이전 논란까지 심화될 정도로 다가선 현실에서 기능적레갭??분산은 우리 세대에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제 우리는 무엇이 서울을 장구하고 번영되게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중지를 모을 때다. <최재범(서울시 행정2부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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