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5월 27일] "행복지수가 상장된다면…"

두 남자가 숲 속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그러자 한 남자가 급히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이를 본 다른 남자가 물었다. "그 운동화를 신으면 자네가 정말 호랑이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운동화를 신은 남자가 대답했다. "호랑이보다 빨리 달릴 필요는 없어. 자네보다 빨리 달리기만 하면 돼." 우습지만 살벌한 이 얘기는 에번 슈워츠가 쓴 '웹경제학의 9가지 법칙'에서 전쟁터와 같은 인터넷 사업을 강조하기 위해 원용한 일화다. 필자는 이 일화가 단지 인터넷 분야만이 아닌 현대사회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풍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사회가 돼서 그런 것일까. 최근 신문기사에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인 것을 봤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모두가 행복지수에 관심을 갖고 이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혹자는 말한다. 현대 글로벌사회는 소수의 1등만 살아남아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더 높은 효율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생존의 차원에서 정말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일이 행복의 기준인 사람에게는 항상 새로운 목표가 있고 일상은 그것 성취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므로 평생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보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행복은 일의 결과가 아닌 일의 과정에서 찾아야 하고 일상에서 소박하면서도 진정 소중한 것에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다소 엉뚱한 생각이지만 '행복지수'가 증권시장에 상장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봤다. 행복지수에 투자한 사람들은 행복지수를 올리려고 너도나도 행복해지려고 할 것이다. 너무 큰 목표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이뤄진다고 자신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항상 노심초사하게 돼 행복지수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일상에 숨어 있는 조그마한 행복부터 찾으려고 할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도 행복해져야 행복이라는 지수 자체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남의 행복에도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올라간다면 사회는 밝아지고 투자자들이 돈을 벌었다 해도 그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행복해져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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