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6일] 대기업 곳간은 황금으로 가득한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기다렸다는 듯 대기업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닦달하고 나섰다. 그는 5일 “출총제를 없앤 것은 투자 여건을 좋게 하기 위한 것이다. 획기적 조치를 취한 만큼 대기업들은 금고 문을 활짝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대표는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에서도 “대기업들이 100조원을 금고에 쌓아놓고 있다“며 기업을 질책했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기업들이 국내외 여건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곳간을 가득채워 놓은 대기업들이 ‘족쇄’까지 풀린 마당에 자기만 살려고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딱 좋은 구도다. 물론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형편이 나은 것이 틀림없고 대기업이 투자에 나서야 중소기업도 살면서 고루 온기가 퍼지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문제는 대기업도 지금 얼음판 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뒤뚱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고에 있는 현금의 상당 부분은 임금 등 필수경비이며 그나마 이것마저도 줄어 직원들의 야근ㆍ교통비까지 아껴야 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한 대기업 임원은 “금고에 황금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하루가 다르게 비어져가는 곳간을 보면 피가 마를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밤잠 못자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라며 “세계 각 지사에서 올라오는 현장 상황을 접해보면 겁이 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불확실한 경영 여건 속에서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자칫 실패하면 국민경제에 큰 손실을 끼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도 “기업의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 생존을 위해서는 안정적 자금 확보가 관건”이라며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며 한 푼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나서는 것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전했다. 시민단체야 그렇다 치더라도 사정을 알 만한 정부와 정치권이 솔깃한 말 몇 마디로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호도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게 요즘 재계의 분위기다. 지금은 어느 한쪽을 윽박지르기보다는 서로 격려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할 때이다. 기업들은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며 버티고, 정치권도 이런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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