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無線전기 시대 멀지않았다

MIT, 전자기 공명장치로 2m 무선 송전 성공<br>전선·콘센트 없는 TV·노트북등 수년내 상용화<br>무선랜·와이브로와 유사한 형태로 진화 가능성


와이트리시티를 개발한 MIT 연구팀.


전선 없이 무선(無線)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작동되는 TV, 집안에 들어서면 스스로 충전되는 휴대폰. 이 꿈같은 세상이 머지않아 현실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미국 MIT 연구팀이 '전자기 공명' 원리를 이용한 무선 전기 공급 실험에 성공했기 때문. '와이트리시티(WiTricity)'로 명명된 이 기술은 어떤 유선 연결 장치 없이 전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전구의 불을 밝힐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집과 사무실의 모든 전선과 콘센트가 사라지고 노트북, 휴대폰 등 휴대기기들의 배터리 의존도 역시 크게 낮아진다. 누구나 한 번쯤 컴퓨터나 오디오 뒤에 엉켜있는 무수한 전선들을 정리하느라고 골치를 썩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때마다 전선을 연결하지 않고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전자제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을 것이다. 만일 이를 두고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놀랍게도 인류는 이미 200여 년 전에 이 꿈같은 세상을 실현시켜 줄 무선 전기 공급 시스템의 기본 원리를 알아낸 상태다. 지난 1836년 니콜라스 조셉 캘런이라는 과학자는 전선 코일 근처에서 자석을 움직여 자기장의 변화를 꾀하면 전압이 유도돼 전류가 발생하는 '전자기 유도현상'을 통해 자기장을 매개체로 선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음을 입증한 했다. 하지만 이후 다수의 연구자와 기업들이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금껏 누구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비운의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경우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직접 가정으로 무선 송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20층 건물 높이의 송전탑까지 건설했지만 끝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마린 솔자시츠 교수 연구팀이 미래 무선 전기 공급 시대를 열어젖힐 의미 있는 실험에 성공했다. 전자기 공명 장치를 활용한 무선 전기 공급 시스템을 개발, 전원으로부터 2.1m 떨어져 있는 60W 백열전구를 밝히는데 성공한 것. 미 에너지국(DOE)과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에서 MIT 연구팀이 사용한 핵심 기술은 바로 전자기 감응 공명(ECR: Electromagnetic Coupled Resonance). ECR은 특정한 소리굽쇠가 울리면 근처의 다른 소리굽쇠도 함께 울리는 소리의 공명처럼 동일한 주파수 파장을 지닌 두 물체 사이에 동일한 자기장이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MIT 연구팀은 10㎒의 자기장에서 공명하는 직경 60cm의 구리 코일로 2대의 ECR 장치를 제작했다. 그리고 이 중 한 대에 전기를 공급하자 예상대로 전자기장이 발생했으며, 이것이 전구와 연결된 다른 ECR 장치의 코일을 공명시켜 전구를 밝혔다. 놀라운 점은 두 장치 사이에 벽과 같은 장애물을 설치해도 전구를 밝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 획기적인 무선 전기 공급 기술을 무선전기(wireless electricity)의 약자를 따 와이트리시티(Witricity)라고 명명했다. 와이트리시티의 상용화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메리트는 책상 아래나 컴퓨터 뒤쪽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전선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기장은 레이저와 달리 특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아 이론적으로 단 1대의 ECR 장치만 있으면 거실과 방안, 더 나아가 집안 전체의 가전제품을 모두 가동시킬 수 있다. MIT 연구팀의 실험에서 입증됐듯이 ECR 장치와 가전기기 사이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에도 작동에 전혀 문제가 없다. 에너지 전달 매개체로 자기장을 활용하기 때문에 강자성체나 초전도체와 같은 특수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ECR을 방해할 수 없다. 혹시 전자파처럼 자기장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 역시 별 문제가 없다. MIT 연구팀은 자기장이 생물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아주 미미한데다 와이트리시티가 방사하는 전류의 전력 밀도 역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안전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선 전기 공급 기술의 효율성과 안전성에 힘입어 와이트리시티가 머지않아 지금의 무선 랜이나 와이브로(WiBro)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표준 주파수를 만들면 모든 와이트리시티의 핫스팟에서 소형 전자기기에 전원을 넣을 수 있는 등 가입 여부 또는 장소에 따라 유․무료로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와이트리시티가 모든 휴대기기들로부터 배터리를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선 전기 공급 시대가 도래 한다고 해도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등 야외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품들은 여전히 배터리에 상당부분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MIT 연구팀은 와이트리시티의 송전 효율을 개선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 재의 시스템은 전력 전달 효율이 40%에 불과해 상용화하기에는 전력낭비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ECR 장치의 구리 코일도 가전제품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커 소형화를 꾀해야 한다. 또한 하나의 ECR 장치로 거실이나 방안을 모두 커버하기 위해서는 공명 유도 범위를 최소 5m 이상으로 증진시켜야 한다는 점도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선결 과제다. 이 같은 난제에도 불구하고 솔라시츠 교수는 지금의 기술 개발 추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3~5년 내에 와이트리시티가 실용화 단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는 "휴대폰, 노트북, 로봇 청소기 등 휴대 전자기기들의 보급 확대로 무선 전기 공급 기술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 "와이트리시티의 상용화를 위해 다수의 기업들과 접촉 중에 있어 오는 2015년 이전에 프로토타입 수준의 제품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와이트리시티가 실제 상용화된다면 실내에서 전선과 콘센트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의 충전을 잊어버려 중요한 순간 전원이 꺼지는 불상사도 더 이상 없다. 아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집과 사무실에 들어가는 순간 휴대기기 스스로 충전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와이트리시티를 데이터 전달 도구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에 있다. 전파가 아닌 자기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전파의 간섭을 받지 않고 깨끗한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인류는 전파 자원의 한정성을 극복할 새로운 무기를 갖게 되며, 기업 입장에서도 고가의 라이선스 취득 및 정부 허가 없이 효율적인 정보전달 매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전원 및 전파 공급의 한계를 뛰어넘는 궁극의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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