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도 중국 바람… 은련카드 대약진

공격 마케팅으로 국내시장 잠식… '비자' 아성 위협


중국 은행들이 합작해 설립한 은련카드가 국내 브랜드카드 시장에서 비자카드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은련카드는 연회비와 해외결제 수수료 등을 모두 받지 않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련카드는 하나카드가 옛 외환카드와의 전산통합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오는 7월 이후 제휴를 맺고 은련 브랜드카드를 발급할 계획이다. 은련카드가 하나카드와 제휴를 맺게 되면 국내 모든 카드사에 자사 브랜드카드를 발급하게 된다.

은련카드는 비자·마스터카드와 같은 카드 결제 네트워크, 즉 브랜드카드사다. 신한·KB국민·삼성·현대카드 등 발급사들과 제휴를 맺고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업체다. 은련카드 브랜드를 탑재하면 중국 내 440만개의 가맹점과 동남아·유럽·미주 지역 등 150여개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은련카드의 국내 공략은 지난 2008년 BC카드와의 제휴를 통해 시작됐다. 롯데·KB국민카드와는 2012년, 신한·삼성카드와는 2013년에 제휴를 맺었으며 지난달에는 현대카드와 손잡고 현대카드 M·X와 현대카드 제로에 은련 브랜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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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 역시 빠른 속도로 늘려나가면서 국내에서 독주하던 비자카드의 입지까지 축소시키고 있다. A카드사에 따르면 2013년 3월 한달간 신규 발급된 카드 가운데 해외 브랜드 비중은 비자 35.8%, 은련 24.5%로 격차가 있었지만 올 3월 한달 동안 이 비중이 11.4%, 43%로 크게 역전됐다. 새로 카드를 발급 받는 소비자들은 비자보다 은련을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이 카드사가 은련카드를 도입한 2008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발급된 전체 카드 중 비자와 은련의 비중은 각각 47.9%, 9.7%였지만 2015년 3월까지 발급된 총 카드 중 비중은 비자 31.6%, 은련 20.9%로 큰 차이를 보였다. 비자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은 반면 은련은 수직상승한 것이다.

은련카드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배경은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있다는 게 카드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고객은 은련카드가 탑재된 신용카드 발급 시 국내전용카드와 동일한 연회비로 해외사용이 가능하다. 또 고객의 해외결제 시 발생하는 브랜드사 수수료(0.6~1.4%)와 카드사가 지불하는 국내 사용 분담금(0.04%)을 면제해준다.

이 밖에 국민카드와 제휴를 맺고 중국인 등 해외에서 발행된 은련카드를 가진 고객들이 전국 5,400여대 자동화기기(ATM)에서 수수료 없이 예금인출·단기카드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제휴 카드사들은 은련카드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긴장하는 눈치다. 일정 수준의 국내 고객 점유율을 확보하게 되면 은련카드가 정책을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카드사 임원은 "은련카드가 일정 정도 국내에서 점유율을 높이면 연회비를 수령하고 국내 거주민의 해외사용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취하는 등 얼굴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면서 "은련카드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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