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년 동안 서양음료가 주도했다면 앞으로의 100년은 우리 음료가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말단 사원에서 시작, 38세에 식품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상해 ‘샐러리맨의 신화’로 부상한 조운호(44) 웅진식품 사장은 31일 “콜라를 뛰어넘는 우리 음료의 생산은 불가능한 일이 아닌 만큼 우리 전통음료로 세계시장을 휘어잡을 자신이 있다”고 역설한다. 조 사장이 요즘 우수한 우리 음료를 세계 속에 심을 계획에 부산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웅진식품의 구조조정을 위해 그룹 기획조정실에서 부임, ‘가을대추’를 선보이며 음료사업에 뛰어든 지 꼭 10년째를 맞이한다는 그는 향후 10년 동안 우수한 우리 음료를 세계 속에 선보여 서양음료가 점령한 음료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에 의기충천한 상태다. 이 같은 조 사장이 ‘세계화의 무기’로 지목한 우리 음료는 음식과 더불어 먹었던 쌀ㆍ보리 등에서 기초한 곡물차와 동양 전통과실을 바탕으로 한 열매차. ‘음료는 밥상 위에서 찾아야 한다’는 평소 지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옛날 우리 조상이 먹었던 숭늉은 맵고 짰던 우리 음식의 ‘화기’를 덜어주는 좋은 후식 음료였습니다. 쌀을 주식으로 먹었던 무수한 민족 중 이러한 음료를 지녔던 민족은 우리 뿐으로 이러한 바탕을 자산으로 활용한다면 우리 음료시장의 대형화는 물론 세계화의 꿈도 먼 것은 아닙니다.” 한 예로 90년대 초 25조원 규모였던 일본의 음료시장은 현재 40조원으로 성장한 상태로 이 같은 바탕에는 전 음료시장의 30%의 점유율을 보이게 된 차시장의 급신장이 자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음료시장이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미미한 성장을 보인 점과 극히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 사장은 “일본의 음료시장 확대 비결은 생선냄새 등을 제거하기 위해 수백 년 동안 음식과 함께 수시로 음용했던 차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역시 음식과 더불어 즐겨 먹었던 음료를 상품화한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음료시장의 확대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그는 보리차를 상품화한 ‘하늘보리’의 성공을 자신한다. 조 사장은 “2000년 출시한 ‘하늘보리’가 지난해 전년 대비 147%의 신장율을 보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면서 “올 매출 100억원이 목표지만 ‘아침햇살’ ‘초록매실’ 이상 가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음식과 함께’ 먹는 음료개발 및 마케팅에 더욱 적극 나서고 있다. 도시락 체인점인 한솥도시락에 후식으로 ‘하늘보리’를 함께 배달하는 공동 마케팅을 진행 중인 것. 또 조 사장은 보리 등을 활용한 ‘전통 탄산음료’의 개발을 끝내고 국산 닭 체인전문점 BBQ와 콜라 대신 배달해주는 이벤트를 펼친다는 방침이다. “우리 음료로도 우수한 탄산음료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히는 그는 유명 피자 체인점과도 협약을 앞두고 있는 등 기름진 음식과 어울리는 우리 음료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조 사장은 “한국 사람들이 집어드는 병과 캔에 담긴 음료는 90%가 외국산”이라며 “음료 회사들이 만들어주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가 집에서 먹던 음료를 상품화한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게 웅진식품의 오늘을 만든 근간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전통차 세계화를 위한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웅진식품은 지난해 매실차의 세계화를 꾀하기 위한 국제 학술대회를 주최한 데 이어 2일에는 동양 전통 과실차의 건강 기능성 및 음료 문화의 대안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조 사장은 “문화ㆍ경제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 중이기에 동양의 정신사상과 문화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것”이라며 “‘웰빙’의 바탕이 되는 동양 먹거리의 항산화성, 항암효과 등을 밝혀 동양음료가 세계화되는 초석을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농업의 한 대안으로서의 국내 음료시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가공식품의 수출길은 무궁무진하기에 동북아 3성에서만 생산되는 매실ㆍ유자ㆍ복분자 등의 활로를 한ㆍ중ㆍ일 3국이 함께 고민한다면 상호 ‘윈윈’의 결과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료수출을 위해 웅진식품은 ‘햇살(Hetsal)’이라는 통합 브랜드를 도입하고 알로에ㆍ아침햇살ㆍ초록매실 등을 판매, 지난해 약 2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오는 2006년경 해외법인 설립 등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 하에 구체적인 방안을 조율 중이다. 또한 웅진식품은 내년경 거래소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업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는 지난해보다 20% 신장한 2,020억원으로 잡았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신명나는 경영, 신명나는 회사" 지난 99년 450억원의 누적岵美?안고 있던 웅진식품을 3년 만인 2002년 흑자기업으로 돌려놓은 조운호 사장은 '생각하는 불도저'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확신이 서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특유의 감각과 늘 새로운 것, 알려지지 않은 것을 추구하는 성격을 잘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이 38세 부장이었던 조 사장을 대표이사로 전격 승진시킨 이유도 '모두 다 안 된다고 할 때 조운호만 된다고 하더라'는 점에 있었다고 한다. 외래음료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대추ㆍ쌀ㆍ매실 등 우리 음료로 전에 없던 히트 상품을 만들어낸 그는 웬만한 마케터 못지않은 창의력으로도 유명하다. 주지하다시피 '가을대추'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 등의 순 우리말 네 글자의 브랜드 명도 모두 조 사장의 작품이다. 만드는 사람 입장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면 기존의 관습을 뛰어넘는 결과물이 가능하다는 게 조사장의 전언. 최고경영자(CEO)가 된 조 사장이 강조하는 것은 '신명나는 경영, 신명나는 회사'다. 전 직원의 평균 연령이 35세 안팎임을 감안, 두 달에 한 번 전 직원이 모여 영화를 보고 맥주를 마시는 모임을 갖는다. 대상 영화와 날짜 등은 업체 내 영화 동아리가 정하는데 조 사장의 특명으로 시간을 '오후 네시'로 잡아 근무의 연장이라는 느낌도 없앴다. 한 번도 불참한 적이 없었다는 조 사장이 하는 일은 세시가 넘어 각 사무실을 돌며 '빨리 갑시다'를 연창하는 것 정도다. 또한 브랜드 매니저를 평사원이 맡거나 주임급이 맡는 경우도 허다한 만큼 사장 주재 회의 자리에도 이들이 빠짐없이 참석, 각자의 의견을 펼칠 기회를 동등하게 갖는다. 이같이 신명나는 경영의 밑바탕에는 여지없이 우리 전통문화 한 자락이 자리한다. 그는 대학 수학여행 당시 용인 민속촌에서 풍물놀이에 무아지경이 된 한 '할아배'의 눈빛을 보고 우리 전통문화에 빠지게 됐고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곧 우리 음료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시켜 오늘의 웅진식품을 만들었다. 조 사장이 자신을 '음료사업가가 아니라 문화 전도사'라고 소개해달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러한 점에 기인한다. 사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전까지 부산상고 출신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CEO로 불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려워진 가정형편을 감안, 상고로 진학했고 제일은행에 입사해 은행원이 된 뒤에는 야간 대학을 졸업했다. 안정적인 은행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자신의 적성과 맞다고 판단되는 업체에 뛰어드는 무모함을 보였고 그 같은 판단력으로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 ◇약력 ▦62년 전라남도 해남 출생 ▦81년 부산상업고등학교 졸업, 제일은행 입사 ▦88년 부산산업대학교(현 경성대학교)회계학과 졸업 ▦90년 웅진그룹 입사 ▦95년 웅진식품 기획실장, '가을대추' 기획 출시 ▦99년 웅진식품 CEO취임, '아침햇살' '초록매실' 기획출시 ▦2002년 세계경제포럼(WEF)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 한국대표 18인 중 한 명으로 선정 ▦2004년 능률협회 선정 '한국 인재 대상 최고경영자상' 수상, 과채 주스 브랜드 '자연은' 출시 ▦2005년 제3회 한국윤리경영대상중 '인재양성부문'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