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IT가 산업지도 바꾼다] "대기업 납품하겠다고 창업하면 실리콘밸리선 거들떠도 안봐 '나만의 기술' 개발해야 성공"

이제형 스트라티오 대표


"실리콘밸리에서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창업하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대기업이 못하는 것, 기존 방법과 다른 것,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만 투자를 받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근적외선센서는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잘 안다'는 확신이 들어 창업을 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동쪽으로 30분 정도 떨어진 멘로파크 사무실에서 만난 이제형(사진) 스트라티오 대표는 창업에 대한 생각이 뚜렷했다. 창업은 할 만한 사람이, 될 말한 아이템으로, 큰 꿈을 갖고 끈질기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부도 재미없고 취직도 안 되니까 사업이나 해보자'는 식의 접근법은 문제가 많다"며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7년 동안 석·박사 공부를 하면서 자신들이 제일 잘 아는 분야에서 창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대학부터 박사까지 10년 넘게 공부를 하면서 이 분야를 제일 잘 알게 됐다"며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던 스탠퍼드대 전기공학부 박사 4명이 회사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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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창업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지만 모든 아이템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이곳에서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거나 기존에 대기업이 만들던 것을 조금 좋게 만든 제품을 내놓겠다고 하면 거들떠도 안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쫓아가고 싶어도 잘 몰라서 쫓아갈 수 없는 분야, 전혀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술을 살 수밖에 없는 분야로 창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미국이 제조는 아시아에 밀리고 정밀기계는 유럽에 밀리면서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로 인터넷을 꼽은 것"이라며 "미국이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우리가 그대로 쫓아가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스트라티오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센서 칩을 만들고 있다. 가시광선 영역의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와 소니·옴니비전 등 3곳의 자이언트가 과점하고 있다. 12조원 시장에 수익률도 좋지만 스타트업의 영역이 아니다. 반면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근적외선 대역의 이미지센서 시장에는 대기업이 없다. 군사용과 의료용 등 절대적 수요도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지만 연구개발(R&D)은 미진한 상태다. 최근 퀵스타터에 이스라엘 회사가 싸이오(SCIO)라는 USB 크기만 한 근적외선 카메라를 선보여 276만달러의 선주문을 받을 정도로 관심도 높다.

실리콘밸리가 하드웨어 창업자에게도 기회의 땅일 수 있다. 이 대표는 "미국의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하드웨어 전공자들이 스타트업 물결에서 엄청 소외돼 있다"며 "하드웨어 창업이 적어 인텔·퀄컴 등 큰 회사의 부사장급도 '좋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하겠다'고 달려든다"고 말했다. 돈은 쓸 만큼 있지만 재미가 없어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한다는 것이다.

사업은 어렵지만 매력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14개월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큰 꿈이 보인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멘로파크=우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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