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29일 찾아간 홍콩 다이각주의 파크앤숍(PARKnSHOP) 올림피안시티점. 글로벌 유통 대기업인 A.S.왓슨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매장답게 세계 각 국 식품과 생활용품들이 진열대마다 가득 차 있었다.
매장에는 농심 신라면부터 오뚜기 진라면, 하림 삼계탕, 동원 양반김, 롯데칠성 사이다, 오리온 마켓오 브라우니에 이르기까지 한국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눈길이 가장 쉽게 가는 황금라인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었다. 과거 일본산 식품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간혹 한국산 상품이 하나둘 섞여 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현지에서 만난 아이리스 임(33)씨는 "5년 정도 전까지만 해도 일반 수퍼마켓에서 한국산 상품을 구하기가 어려워 침사추이 등 번화가에 있는 한인 상점을 찾아가야 했다"며 "이젠 집 주변 수퍼마켓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홍콩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상품은 유명 대기업 상품들뿐만이 아니다. 국내 대형마트인 이마트 PB(자체 상표)를 단 청우식품의 과자, 담터의 전통차 등 중소기업 상품들도 대기업 상품들과 현지 대형매장에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한류 열풍이 식품 분야까지 확산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한 이마트가 지난 해 11월부터 A.S.왓슨과 PL식품 판매계약을 맺은 덕분이다. A.S.왓슨은 1828년 설립된 세계적인 유통 전문 기업으로, 중화권 최고 갑부로 꼽히는 리카싱이 소유한 허치슨 왐포아 그룹 계열사이기도 하다. 전세계 33개국에 1만80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K-푸드 인기가 뜨거운 아시아권에서만 3,200개 유통 매장과 1,000개의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김형도 이마트 수출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이마트는 지난 해 3월 일본 도쿄 식품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PB상품 수출 전담 TF팀을 구성했고 일본 사무소를 전진기지로 삼아 해외 수출 길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PB상품 수출은 이마트와 중소 협력업체들이 윈윈할 수 있는 동반성장 기회"라고 설명했다.
요시다 마사모리 이마트 일본 사무소장은 "당시 박람회에서 글로벌 유통업체 바이어들이 이마트 PB상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홍콩에 이어 일본과 몽골, 동남아 국가까지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파크앤숍 등 A.S.왓슨의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이마트 PB상품은 국내 35개 업체 60여개 상품이다. 앞으로 상품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배영찬 담터 상무는 "우리 입장에서는 홍콩, 동남아 시장 진입 기회를 얻은 셈"이라며 "앞으로 우리가 생산하는 전통차가 더 많은 해외 고객에게 소개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통관, 선적, 대금결제 등 각종 수출관련 업무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도 자사 제품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데다 소량 수출에 따른 물류ㆍ거래비용 부담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기회라는 게 담터, 청우식품 등 협력사들의 평가다.
한편 이마트는 PB상품 수출을 계기로 '글로벌 소싱'을 또 하나의 사업군으로 육성한다는 중장기적 사업 목표도 세웠다. 국내에서는 시장 포화, 정부의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추가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운 만큼 해외 유통업체에 상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벤더로 도약해 해외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이주희 이마트 상무는 "이제 첫걸음을 뗀 만큼 갈 길은 멀지만 비전은 있다고 본다"며 "향후에는 한국 상품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경쟁력 있는 상품까지 발굴해 세계 유수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방향으로 수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