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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전자업계 승승장구 비결은… 다품종·소량 생산 '스피드 탁월'
입력2009.09.24 18:35:05
수정
2009.09.24 18:35:05
수요맞춰 라인 바로 전환 '시스템 유연화' 장점<br>자체 브랜드도 강화…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 피터 슈(왼쪽) 트랜센드 회장이 지난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삼성모바일솔루션포럼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과 전시장을 돌며 협력관계를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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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정보기술(IT) 제품 모두가 대만에서 생산되지 않습니까."
반도체 부문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해마다 대만에서 '삼성모바일솔루션포럼(SMS)'을 개최하는 이유에 대한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담당 사장의 답변이다. 반도체와 LCD 등의 순위 경쟁에서 대만은 한국에 밀려 세계 4~5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기술력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대만 전자산업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지난 21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고객사로 유명한 현지 업체 트랜센드를 찾았다. 직원이 2,2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는 작지만 USB드라이브와 외장하드•메모리카드•MP3•디지털액자 등을 만들어 연간 매출이 상당하다. 2007년부터 2년 연속 매출 10억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디지털액자의 경우 일본 시장에서 소니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판매 신장이 돋보이는 회사라는 설명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삼성의 최고경영진도 올해 이 회사를 방문해 거래 유지에 신경을 쓸 정도다.
트랜센드에는 마침 지난해 한국에서 스카우트된 조만재 부사장이 일하고 있었다. 그는 트랜센드를 포함한 대만 중견 IT기업의 장점에 대해 "생산 시스템의 유연화"라고 단언했다. 조 부사장은 "우리 공장에서는 같은 라인이라도 오전과 오후에 만드는 품목이 전혀 다를 정도로 다양한 주문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삼성이라 해도 이런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은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을 돌아보니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작아서 삼성이나 LG의 대형 라인에 익숙해진 시각에서는 가내 수공업 수준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경량화된 라인을 필요한 곳에 투입해 소량 생산해내는 대응 스피드는 세계 최고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다 수많은 중소기업 인프라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예컨대 USB의 경우 PCB와 컨트롤러 칩이 함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가야 하는데 대만은 부품업체들도 이런 방식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권 사장도 "대만 IT업계가 가장 다이내믹하게 움직인다. 제조 기반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대만 업체들은 최근 자체 브랜드 강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존 강점인 스피드를 살리는 동시에 세계 속의 브랜드 경쟁에 본격 뛰어들겠다는 의지다. 피터 슈 트랜센드 회장은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우리 브랜드를 전세계에 널리 알리느냐"라며 "삼성전자의 지역전문가 제도 등 인재육성 방안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원 2,000명의 회사가 이제는 브랜드에 집중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걸 보면 대만의 변신이 시작됐다는 느낌"이라며 "다품종 소량생산 속도의 강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브랜드 가치 강화에 성공한다면 대만 업계는 더욱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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