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일본産 조달 비상…부품 국산 대체 나서자" 기업들 잰걸음

[日本 대지진]<br>현대기아차, 협력사와 긴급회의… 중장기적 100% 국산화 추진<br>반도체·LCD·건설중장비 업체도 자체 장비 개발작업 속도 높여


지진피해로 일본 업체들이 적기에 부품공급을 못하게 되자 국내 산업계가 국산부품 비율을 높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자체 개발과 더불어 국산부품 조달 비율을 높여 외부변수에 따른 부품수급 차질을 원천봉쇄하거나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기업들은 차제에 일본산에 비해 열세인 국산부품의 수율 등 생산성을 높여 원가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협력 업체들과의 공조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17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현대모비스ㆍ컨티넨탈 등 전장파트 부문의 모든 협력 업체를 소집, 관련 부품 보유현황 등을 파악하는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각 부품 업체들이 보유한 재고물량은 최소 20일에서 1개월치밖에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는 곧바로 대체부품 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업체 선정에 착수하는 등 부품 국산 대체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차량 개발 담당자들이 2ㆍ3차 협력업체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최적의 업체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몇몇 업체들과는 개발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직접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부 지역은 물류 복구가 되지 않고 있는데다 원전문제도 심각해 공급차질이 1개월 이상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는 콘덴서 등 일본산을 많이 쓰는 전자부품 공급선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환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한국산 부품비율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에쿠스와 베라크루즈 등 고급차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 하이브리드카에 적용되는 와이어링 커넥터, 일부 디젤 차에 탑재되는 엔진 얼티네이터, 기름이 새지 않도록 하는 유압 부문 실링 등을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일본부품 비율은 전체 1% 미만이지만 대부분 핵심 부품이어서 차량 완성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게 문제다. 반도체 및 LCD 업계도 현재 60~70%까지 향상된 장비 국산화 비율을 더욱 높일 방침이다. 우선 국책사업으로 국산화를 추진해온 장비ㆍ부품 등의 상용화를 서둘러 조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복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캐논ㆍ니콘 등 일본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노광기(패널에 빛을 쏘아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장비) 국산화 노력을 배가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ㆍLG디스플레이 등은 LCD 패널의 휘도를 향상시키는 DBEF 필름을 공동 개발,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필름은 그동안 미국 3M이 독점 공급한 품목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및 LCD의 부품 및 장비 국산화는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라며 "업계가 이번 기회에 국산화율을 더욱 높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중장비 부품 국산화율이 95%인 현대중공업도 국산화율을 100%로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과의 공동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부품 국산화율 70% 수준인 볼보건설기계도 이번 지진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일본 업체들을 대신할 만한 국내 부품 업체들을 물색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국산 부품 사용률을 높이겠다는 방침에 따라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 업체들의 생산성 향상이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그동안 꾸준한 연구개발로 기술력은 일본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수준이 됐지만 수율 등이 뒤져 생산원가가 높은 게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오랜 개발을 진행해온 일본에 비해 시스템반도체 등 핵심 부품 납품단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국내 부품 업체들도 소재의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단가를 낮추는 노력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품 국산화율 제고와 함께 기업들은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일본산 부품 비중을 낮추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자트코와 아이신으로부터 자동변속기를 공급 받고 있는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대체 개발이 가능한 품목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대체 여부는) 미국 GM의 글로벌구매 시스템에 따라 향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학 업계 역시 이번 일본 지진을 계기로 일본에서 주로 수입하는 촉매와 부자재 등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화학제품 생산에 필요한 일부 촉매와 부자재의 경우 일본이 아니면 대체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어 다른 나라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일본산 후판 사용 비율이 전체의 40%에 육박해 이번 일본 지진 사태를 계기로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조선소 가동에 필요한 후판을 확보해놓은 상태이지만 후판 조달 차질에 대비해 국내산 비중을 늘리거나 제3국에서의 후판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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