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보이던 영국 경기가 긴 잠에서 깨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마킷이 발표한 7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2를 기록해 이전치인 56.9는 물론 전문가 예상치인 57.4도 크게 웃돌았다. 이는 2006년 12월 이후 6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에 힘입어 서비스ㆍ제조업ㆍ건설 부문을 합한 7월 종합PMI도 59.5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른 선진국보다 뒤처졌던 영국이 수년간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영국이 3ㆍ4분기 회복을 위한 모멘텀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영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이처럼 높아지는 것은 그동안의 다양한 경기부양책이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국은 2009년부터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유지해왔으며 자산매입기금도 신설해 현재는 규모를 3,750억파운드까지 불렸다. 이외에도 정부가 서민 주택구입 자금에 대한 보증을 서주는 등 주택경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영국의 올해 성장률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상황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3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5%를 기록해 1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영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1.4%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영국이 완전한 경기회복세로 진입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PMI 조사가 실물경제에 기반을 두지 않고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폴 스미스 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과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이 늘어나야 낙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의 부양정책도 당분간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처럼 향후 급격한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옌스 라르센 RBC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현시점에서는 금리가 급격히 오를 것이라는 관측을 누그러뜨리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마크 카니 BOE 총재가 이를 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