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중일 바둑영웅전] 루이도 완착을 두다

루이는 미안해서 다음 수를 두지 못하고 한참 망설였다. 나중에 사석에서루이는 말했다."혹시 물러 달라고 하면 물러 주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그러나 공식 대국에서 그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 나중에 조훈현도 말했다. "동네바둑이었다면 물러 달라고 우겼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디 프로바둑 에서 그럴 수야 있어. 참 죽겠더구만." 2분쯤 뒤에 루이는 공손히 흑 77을 두었다. 78을 기다려 79로 연결. 이렇게 되자 원래는 백의 집이 14집 생길 곳에 흑 의 집은 16집 생겼다. 안팎으로 30집의 차이. 반집을 다투는 프로의 승부에서 30집이 순식간에 넘어간 것이었다. 이것으로 바둑은 백의 절대적 우위에서 흑의 완승태세로 바뀌고 말았다. 조훈현은 탄식을 거듭하며 80으로 틀어막고 보았는데 바로 그 순간 루이쪽 에서 결정적인 완착이 나왔다. 흑 81로 몬 수가 그것이었다. 조훈현은 그쪽을 본체만체하고 82로 몬후 84로 걸쳐갔다. 계속해서 86으로 최대한 확장하자 좌변 일대에 거대한 백의 세력권이 형성 되었다. 이 지역이 모두 백의 집으로 화한다면 백의 역전승이다. 흑 81로는 가에 두어 좌변 백진의 확장을 견제했어야 했으며 그렇게 갔더라면 흑의 낙승이었다. "이젠 재미있게 됐어. 희미하나마 백도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는 바둑이 됐 잖아. 물론 객관적으로는 아직도 흑이 유망하다고 봐야겠지만 일단은 승부 가 됐어." 윤기현9단의 논평이었다. /노승일·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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