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21C 보험산업] 사활 건 고객유치 '세기말 전쟁'

최근 시장점유율이 올라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 손해보험사 대표의 「가시 돋힌」 말이다. 은근히 손보업계 구조조정을 기대하는 듯하다. 망할 곳은 빨리 내보내야 남은 회사들이 튼튼해질 수 있다는 뜻일까.반면 다른 손해보험사 K대표는 요즘 뜬 눈으로 밤을 지새기 일쑤다. 하루가 다르게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 이대로 가다간 회사 경영이 엉망이 될 것 같아 좌불안석이다. ◇21세기를 못볼지도 모른다=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K대표만이 아니다. 대다수 손보사 경영진이 「세기말의 공포」에 휘말려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아직까지는 구조조정의 태풍 밖에 머물며 일부 생보사들이 무너지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구조조정 태풍이 울타리를 무너뜨리며 다가올지 알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코너에 몰리고 있는 손보사 경영진이 걱정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내년부터 손해보험시장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보험료율 자유화를 계기로 경쟁이 「피보기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란 예상이다. ◇잔치는 끝났다= 11개 손보사는 지난 98회계연도(98년4월~99년3월)에는 총 2,20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올 회계연도에는 흑자 규모가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란게 손해보험협회의 전망이다. 더구나 사고발생 급증에 따른 손해율과 보험모집을 위한 사업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영업 채산성마저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손보업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구조조정을 은근히 기대하는 움직임이 싹트고 있으며 이는 『모 보험사가 얼마 못 갈 것』이란 루머로 번지고 있다. 「회사가 21세기를 못볼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은 각사 경영진으로 하여금 배수의 진을 치도록 몰아가고 있다. 경영진이 다그칠 곳은 영업 밖에 없다. ◇네가 아니면 내가 죽는다= 손보업계는 올해초부터 치열한 고객 쟁탈전을 벌여왔다. 1차 격전지는 자동차보험 시장이다. 각사는 자동차 등록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이기보다는 경쟁사 고객을 빼앗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규모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다. 보험료를 깎아주는 것은 물론, 각종 선물과 서비스를 내걸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대형 손보사들은 한편으로는 물량공세로 후발사들의 시장을 빼앗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 등과의 제휴을 통해 「세력동맹」을 형성하는 등 21세기 금융시장에서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경쟁이 달아오를수록 손보업계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두드러지고 있다. 덩치가 작고 실탄(자금)이 부족한 일부 손보사의 경영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적진을 향해 돌격 앞으로= 일부 보험사 영업사원들은 경쟁사 자동차보험 가입 고객을 빼앗기 위해 보험료의 30%까지 깎아주겠다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각 손보사들은 『보험료 할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대부분이 암암리에 할인판매를 묵인하거나 적극 조장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회사는 최고 경영자까지 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고객을 빼앗아오라』고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우량사들은 내년 4월로 예정된 보혐료율 자유화를 앞두고 「시장 싹쓸이」에 나설 태세여서 중견이하 보험사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새로 가입하는 고객들에게 보험료를 깎아주는 것은 물론 주유권이나 상품권 등 경품을 제공하면서 경쟁사들의 고객을 빼앗겠다는 것. 결국 보험사간 경쟁이 「돈보따리 싸움」으로 번지면서 후발사를 대거 탈락시키는 손해보험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상복기자 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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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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