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29일] 강만수 장관의 과유불급

[기자의 눈/4월 29일] 강만수 장관의 과유불급 경제부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강연에서 "한미간 정책금리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지적했다. 현 금리 수준은 지나친 상황으로 금리인하를 회피하는 듯한 한국은행의 '과(過)'를 에둘러 꾸짖은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강 장관과 재정부 스스로 '과유불급'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높다. 폭풍전야의 외환시장이 단적인 예다. 환율은 얼마 전까지 940원 안팎에서 횡보했다. 이 상황에서 소위 '강ㆍ최 라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장에 환율상승을 주문했고 동시에 실개입도 단행했다.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자칫 환율조작국의 오명을 쓴다"는 우려는 못 본 체했다. 환율은 의도대로 1,000원대로 단기 급등했다. 하지만 수출 경쟁력을 높였다는 당국자의 웃음 뒤로 수출업체의 '곡소리'가 터져 나오는 아이러니가 생겨났다. 환율 급등으로 'Knock-INㆍKnock-Out'(일명 키코)이라는 환헤지 상품에 가입했던 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 것. 1ㆍ4분기에만도 두산엔진이 2,000억원, 중소업체인 제이브이엠이 136억원의 환손실을 입는 등 수많은 수출업체들이 벼랑 끝의 상황에 직면했다. 시장에서는 '살려달라'는 아우성과 함께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왜 가만있는 환율을 건드려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냐"면서 "당국이 '오버'한 게 아니냐는 원성이 자자하다"고 토로했다. 당국자들의 지나침이 결국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논란이 된 한은의 독립성 문제,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웠던 추경편성, 금융감독위원회와의 메가뱅크 갈등, 금융통화위원회 열석발언권까지 들먹였던 금리인하 압박 등도 '과유불급'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닐까. 물론 이 모든 게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정도를 넘으면 도리어 안한 것만 못하다'는 선인의 말씀 역시 틀림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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