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靑에 쏠린 정치자금법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4일 여야합의로 기습 처리한 정치자금법(정자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던 7일 오전10시께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기자들은 정자법 개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된 청와대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가 정자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 말이 기사화 되면서 대통령의 정자법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예상대로 정자법을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일부 언론에서 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청와대에서 거론된 바가 없는 입장에 대해 낸 것이므로 오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거부권과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거나 거론된 바도 없는 얘기"라며 손사래를 쳤다. 결국 청와대는 이날 정자법에 대해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신중하게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공식입장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검토'라는 비공식입장을 시간차로 내놓은 셈이다. 정자법 개정안은 '소액다수기부'의 미덕을 주장하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의 제 밥 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 법안은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단체의 자금'이란 사실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해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 사건의 처벌조항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자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의 역풍이 거세지면서 국회는 '공공의 적'이 되다시피 했고 이런 도덕적인 치명상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와 양건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둔 국회에 도덕적인 '짐'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거부권'을 말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여론의 편에 서서 국회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의문이 드는 것은 국회의 정자법 기습통과가 그렇게 잘못된 것이라면 왜 4일 곧바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뒤늦게 '거부권'을 언급했느냐는 점이다. 그 이유가 여론의 추이를 살피려는 것이었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인 셈법이 작동했다면, 청와대가 합리적이었다는 얘기는 들을 수 있겠지만 정의로웠다는 얘기를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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