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중장기 조세개혁 사실상 좌초…정책불신만 키워

대선등 정치일정 감안 재추진 쉽지 않을듯<br>개혁안 대신 법인세율 인상안 재등장 할수도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이 생채기만 남긴 채 무기한 뒤로 미뤄졌다. 5ㆍ31 지방선거가 끝난 후 다시 추진한다고 하지만 복잡한 정치일정 등을 감안하면 쉬워보이지 않는다. ‘맞벌이 세금’으로 인식되는 소수 공제자 추가 공제 폐지나 주식양도차익 과세 확대 조치 등이 여론과 시장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유보됐듯이 다른 단기 과제들도 대선을 앞둔 현 정부 안에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며 내걸었던 개혁방안이 정치일정 앞에서 사실상 용두사미가 된 셈이다. ◇조세개혁 좌초…정책 불신만 커져=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감대 형성’을 내걸었다. 하지만 남은 것은 세금 논쟁뿐이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나서 “세율 인상과 새로운 세목 신설은 없다”며 증세(增稅) 논란을 차단하려 했지만 소수 공제자 추가 공제 폐지 등이 불거져나오면서 ‘변칙 증세’ 논쟁이 새롭게 등장했다. 특히 지난 1월13일 마련했던 조세개혁안 중간 보고서를 보면 ‘담배 소비세’ 외에 ‘흡연 억제세’ 등의 증세 방안이 담긴 것으로 확인돼 정책 불신에 대한 골만 키웠다. 이 과정에서 당정간 마찰도 증폭됐다. 소수 공제자 문제를 놓고는 박병원 재경부 차관의 설화(舌禍)로 한 부총리가 당측에 사과하는 해프닝을 겪었고, 결국 정부는 당의 강권에 못 이겨 공청회를 연기하고 말았다. 조세개혁안이 외부에 유출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청와대 측도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라며 정부 측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조세개혁방안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오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추진할 ‘저출산 종합대책’에 필요한 추가 재원 10조5,000억원 중 세출 구조조정으로 5조6,000억원을, 세입 확충으로 4조9,000억원을 확보하되 세입 중 2조원을 소수 공제자 추가 공제 폐지로 충당할 예정이었는데 ‘펑크’가 났다. 55개 비과세ㆍ감면 제도를 재정비해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이 또한 이해집단들의 반발을 감안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개혁안 대신 세율 인상안 다시 등장할 수도=김용민 재경부 세제실장은 “오는 5월에 중장기 재정계획이 나오면 이와 연계해 조세개혁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이후 당의 협조(?)를 받아 다시 한번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리 쉽게 될 성 싶지는 않다. 여당은 이미 소득공제 축소나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정부가 생각하는 방안에 대해 “시간을 두고 줄여나가야 반발을 줄일 수 있다”며 시기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조세개혁방안 보고서에 담긴 ‘단기’ 과제와 관련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지만 대선일정 등을 감안할 때 현 정부 내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과제가 있겠느냐는 회의론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조세저항이 큰 조세개혁안 대신 대기업이 타깃인 법인세율을 경기회복 분위기에 따라 다시 인상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법인세율을 예전대로 환원(2%포인트)할 경우 2조원이 넘는 세수를 한꺼번에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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