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교묘한 현혹수

제6보(101~128)


조훈현의 또 다른 특징은 현혹술에 능하다는 점이다. 절묘한 타이밍을 붙잡아 상대를 현혹시켜 상대의 행마를 자기의 의도대로 이끄는 것인데 그는 이 방면에 독보적인 솜씨를 보인다. 원래 그러한 현혹술은 아마추어 초심자에게 주효하게 작용한다. 바로 그것 때문에 하수는 여러 점을 미리 깔아놓고 두어도 상수를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절정 고수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를 상대로 해서도 현혹술을 곧잘 적중시킨다. 그것은 타이밍을 절묘하게 빼앗는 요령 때문에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바둑에서 48세의 조훈현은 25세의 창하오를 바로 그 타이밍빼앗기로 쓰러뜨리는데 그 과정은 너무도 짜릿짜릿하다. 그 과정을 찬찬히 감상해 보면…. 상변에서 중앙으로 흘러나온 백대마는 여전히 한 눈도 없는 상태. 게다가 창하오가 5에서 9로 좌변마저 정비하자 백은 또 하나의 곤마가 생겼다. 백12 이하 22로 그 곤마는 수습이 되었지만 흑23으로 한 방 얻어맞으니 다시 원래의 엄청 큰 대마가 휘청거린다. 창하오는 그 대마를 몰아치기 전에 우선 25로 응수를 물었는데 바로 이 순간 조훈현은 26이라는 교묘한 현혹수를 던졌다. 참고도의 1로 이으면 백2로 되어 너무 억울하다고 여긴 창하오는 27로 응수했는데 바로 이 응수가 현혹에 휘말린 패착이었으니…. /노승일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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