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영국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의 교훈

申國昊 외교통상부 외교정보관리관영국에 근무하면서 인상깊었던 것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영국관리들의 극성스러울 정도의 적극성이었다. 외국인 투자유치와 투자안내를 담당하는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개발청 직원들은 거리가 멀다하지 않고 수시로 런던에 와서 대사관 경제참사관으로 있던 필자에게 자기 지방의 투자여건을 열심히 설명하고 한국어 안내자료까지 가져와 한국기업의 현지투자에 협조해 달라고 미안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한번은 지방에 있는 한국기업의 현지공장 시찰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기업체 현지 책임자가 들려준 이야기가 또한 감동적이었다. 연말에 그 지방 관할 개발청 직원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에 지나가는 인사말로 새해에는 공장확장을 생각해 봐야겠다고 한마디 썼을 뿐인데 개발청에서는 곧바로 공장부지를 알선해 주는 등 구체적 조치를 취해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 수많은 서류제출 같은 절차는 전혀 없었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인지 삼성 현대 LG에서 영국 각 지역에 대단위 산업단지를 건설하게 되었고 「윈야드」 산업단지 착공식에는 바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친히 참석하기까지 했다. 영국은 EU전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50%를 영국내로 끌어오고 있으며 영국내 신규 설비투자의 3분의 1이 외국인 투자가 차지하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ROVER 자동차 회사를 독일의 BMW가 인수하기도 했고 파산한 금융회사 BARING그룹의 일부 계열사를 네덜란드의 ING그룹이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영국인의 인식은 영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은 모두 영국기업이라는 것이다. 물론 외국인투자의 증가는 산업 전반에 걸쳐 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19세기 제국주의시대 때 과도한 외채로 나라가 식민지로 전락된 경우가 많았던 것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경계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출용 원자재나 기계설비 등을 수입할 때 수입대금을 지불하고 유명상표나 신기술을 도입할 때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과 같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대가로 어느정도의 과실송금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대신 외국인 투자는 실업자를 흡수하고 첨단기술과 경영기법의 도입 및 해외판로 개척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그 장점을 살려간다면 우리 경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권위주의적인 경영체질과 투명하지 못한 기업풍토를 개선하는데도 큰 영향을 주지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영국이 외국인 투자를 구걸하고 외국인 투자가 없으면 안될 만큼 사정이 딱한 것은 아니다. 영국은 세계 5대 무역국가인데 해외직접투자면에서 미국과 함께 세계 1~2위를 다투는 해외투자의 큰 손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영국에 유치하기 위해 열심인 반면 영국 밖의 해외투자도 활발해 이자·이익금·배당금 등의 투자소득이 무역외 수지가 되어 무역수지적자를 메우고도 남는 상태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 시대의 세계화된 경제구조인 것이다. 한때 영국은 파업의 나라이며 쇠퇴하는 노제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대처총리 이래 과감한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지금은 비합리적인 파업도 사라지고 임금수준도 적정하여 새로운 도약단계에 들어서 있다. 그리고 영국은 이미 국민총생산과 무역량에 있어서 세계 5위권을 유지해오고 있는 경제 강대국이다. 그런데 GNP개념은 1년 동안 생산한 양을 의미할 뿐 오랜 옛날부터 축적된 자산은 계산이 안된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눈에 띄지않는 자산과 수많은 문화재 및 지적인 재산 등을 따져보면 영국의 저력은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영국은 국내외에 축적된 정신적 물질적 유형 무형의 자산이 많은 나라인 것이다. 특히 기초과학이 튼튼하여 상업화되지 않은 첨단기술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지방에 있는 자동차 엔진공장을 방문했을 때 현대 대우자동차의 엔지니어들이 연수받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국산자동차의 엔진설계 등은 영국에서 배워온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영국의 투자사절단이 방한, 17억달러의 대한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는데 이번 엘리자베스 여왕 방한을 계기로 양국간 경제협력이 가속화 되기를 기대한다. (1993.1~1996.2 주영대사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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