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에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채권자 3천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1천800명)이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피땀 흘린 서민들을 정부는 외면 말라', '고객 원금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동양그룹이 사실상 금융당국의 묵인 아래 서민을 상대로 금융사기를 쳤다"며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을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로 저마다 결혼·창업·노후·전세자금을 날리게 됐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대전에서 왔다는 김선웅(34) 씨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목돈이 있으니까 동양증권 직원이 전화해 적금 넣는 셈 치라며 투자를 권했다"며 "내년 3월 결혼을 위해 전세 자금으로 모아둔 6천만원을 동양그룹의 회사채와 CP에 투자했는데 이번 사태로 다 쓸모없는 휴짓조각이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9월 초 동양 관련 안 좋은 기사가 나올 때 팔아달라고 했는데 직원은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너무 억울해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여성 투자자도 울먹거리면서 "취직이 안 돼 창업이라도 해 보려고 모아둔 2천600만원이 다 날아가게 생겼다"며 "나라에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서민의 등골을 빼먹어도 되느냐"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동양증권의 조직적인 사기판매와 업무과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피해보상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수장의 사퇴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개인채권단 협의회 구성을 악의적으로 방해하고 서류를 위조하는 동양증권에는 영업정지를 명령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어 법원에는 법정관리 신청기업의 관리인을 선임할 때 이번 사태의 책임이 큰 현 경영진은 배제하고 채권자협의회의 감사 선임에 비대위를 참여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경섭 비대위 위원장은 "채권 대다수가 개인들에게 분산돼 이들을 모아 대표성 있는 단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자들이 많아 위임장을 받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려 법원에서 법정관리에 따른 회생절차 시행 여부의 판단을 최대한 늦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