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종교인 과세




박훈(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1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사회인권위원장 박종언 목사


정부는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했고 시행령까지 개정했으며 오는 15일부터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교인 소득을 과세 대상에 포함하되 80%는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나머지 20%에 대해 주민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을 물린다는 내용이다. 소득의 4% 수준 과세를 하는 셈이다. 정부는 또 종교계 의견을 일부 수용해 강제성을 띤 '원천징수' 조항을 삭제하고 저소득 종교인에게 근로장려세제혜택을 주는 수정안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종교인이 반발하고 있는데다 공무원연금, 공기업 개혁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부담을 우려해 여당이 정부에 시행 시기를 2년 늦출 것을 요청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찬성-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조세공평 차원서 소득세 납부는 당연
이번 기회에 확고한 과세원칙 매듭을


현재 논의되고 있는 종교인 과세는 종교활동으로 종교인이 받는 금품에 대해 소득세 과세를 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과세할지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종교의 역할, 종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는 별개로 소득이 있다면 원칙적으로 예외 없이 소득세 과세가 돼야 할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조세공평·조세정의 차원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지난 2013년 11월5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종교 관련 종사자가 종교예식이나 종교의식을 집행하거나 관장하는 등 종교 관련 종사자로서의 활동과 관련해 소속된 종교단체 등에서 받는 금품을 기타소득의 사례금으로 과세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이 규정은 오는 2015년 1월1일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고 별도의 법령상 조치가 없다면 종교인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과세 되게 된다. 2011년 말 기준 전국 교직자 수 38만 3,126명 중 면세자 비율을 80%로 가정할 경우 과세 대상 인원은 7만6,000여명으로 추정된다.

별도의 법 개정 없이도 근로소득으로 과세가 가능하다는 입장, 이미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종교인이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종교인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소득세법 시행령이 정답은 아니다. 종교 관련 종사자가 종교단체 등에서 하는 활동이 통상 근로자의 근로와 다르다는 종교인들의 인식을 반영하고 명확한 소득세 과세전환에 따른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일부 종교인의 반대로 흔들리고 있다. 종교인들이 단순히 세금을 적게 내겠다는 것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믿고 싶다. 종교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에 대한 저항, 종교활동에 대한 세속과는 다른 접근 및 대우에 대한 기대 등도 적극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복지재원이 더 필요하다, 세수가 부족하다 하면서 조세공평·조세정의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종교인들의 자존심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는 소득세 과세방안마저도 수용하지 않는 것은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종교인·종교단체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종교인에게 과세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맞는 것이라면 비과세소득으로 취급받으면 될 것이다. 과거에 대부분 과세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비과세 관행 등을 들어 과세에 반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종교인 과세가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로 연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은 과세 행정상 운영의 묘를 발휘하면 해결될 문제이지 종교인 과세가 안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국세청이 설립된 1966년 이후에도 종교인 과세가 문제가 됐고 조세공평이 특히 강조되는 현재 상황, 이미 종교인 일부가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정확히 과세에 대해 매듭 지을 필요가 있다. 국회나 정부가 표를 의식해 과세 원칙을 세우는 일을 주저한다면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및 감면 축소 등 종전에 과세를 못했거나 안 했던 부분의 과세 전환 내용들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박종언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목사·사회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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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원론적으론 찬성하나 법제화 반대
자발적 신고납부 허용, 명예 존중해줘야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반은 이미 지난해 거론됐고 절대다수의 교회가 과세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과세형평과 사회복지를 이유로 과세를 추진하기에 지난 2월26일 국회 조세소위원장이 주재한 불교·천주교·기독교 간담회에서 3개 종단 모두 종교인 과세에 원론적으로 찬성했다.

과세를 찬성하는 목사는 "나는 세금을 내고 있으니 정치권이 교계 눈치 볼 까닭이 없고 80%가 미자립 교회니 오히려 어려운 교회를 도와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여전히 자신을 하나님의 종이라 여기고 비천에 처하거나 궁핍에 처하거나 고난 중에도 기뻐하라고 증거한다.

한국 교회는 자발적 신고납부를 결의했다. 2014년 4월2일자 조선일보, 4월9일자 국민일보 전면광고로 국회·정부 및 교계를 향해 밝혔다. 주요 55교단은 장로교·감리교·성결교·기하성·독립교회연합 등 한국 교회의 90% 이상을 점하는 교단이다.

자발적 신고납부란 세금은 내지만 법제화는 반대한다는 말이다.

조세법률주의란 국민의 조세 의무는 입법권자인 국회가 정하는 법률에 의해서만 비로소 현실적 의무로 구체화한다는 말이다. 과세의 본질적인 사항은 반드시 입법권자가 직접 정해야 하는데 정부는 법이 없는 시행령을 만들었다. 세법은 과세소득 열거주의를 택하고 있는데 법리를 비틀어 종교인 비과세조항이 없으니 세금을 냈어야 한다고 하루아침에 종교인들을 탈세 사범으로 전락시켰다. 66년간의 관습법을 부정하고 역대 정부와 종교인들의 명예를 박탈했다.

불교·천주교·기독교 등 3대 종단뿐 아니라 모든 종교는 교육·복지·구제·의료, 재범을 막기 위한 교도소 운영 등 정부가 손 못 대는 부분까지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교회마다 장부를 가지고 있는 것은 기독교뿐이므로 공평한 과세제도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성당·사찰·교회의 숫자는 정부가 이미 알고 있고 종교인 38만여명 중 80% 이상이 면세점 이하라서 과세하면 200억원의 세수가 있을 것이라 한다. 오는 2015년 예산 375조5천억원의 0.0053%다.

유력한 국회의원의 지역구 예산 증액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예산국회라는 관점에서는 시급하고 집중해야 할 이슈가 아니라 신중해야 할 문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기독교만도 8만777명에게 근로장려금이 지급돼 연간 737억1,100만원의 세수 감소를 추정했다.

그러나 교회 안에는 정부가 추산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 존재한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민주국가에서 종교인들이 국민의 세금에 자신의 생명을 의탁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신자들의 헌금으로 유지되고, 사역자들의 양식을 책임지는 것이 교회의 본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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