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政 접점못찾고 강경대치 계속
■ 국민·주택銀 파업·합병작업 안팎
파업 3일이 지난 국민ㆍ주택은행은 여전히 정상영업이 어려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하고 계약직 미복귀시 해고방침을 밝히는 한편 막후에서 노조측과의 대화채널을 찾는 등 강온 양면의 수습작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두 은행장이 전격적인 합병선언을 했지만 당장 파업사태 해결이 급선무여서 구체적인 합병추진 실무작업에는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파업 사태 갈수록 악화=정부가 경찰병력을 동원해 국민은행 일산연수원에 모인 두 은행 노조원들을 해산하고 26일까지 복귀하지 않는 계약직을 해고한다는 방침을 공표했지만, 두 은행의 파업사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측은 강제해산된 후에도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으며, 국민은행의 경우 차장급 이상 간부들까지 파업대열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노ㆍ정, 노ㆍ사 대화 채널은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은 이대로 물러설 경우 정부와 은행 경영진의 '횡포'를 막을 수단과 기회를 상실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대화를 시도해보고 있지만 노조측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내년 1월중 합병추진위 설립=두 은행장이 합병 선언을 하기는 했지만 당장 합병을 추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 은행의 합병 관계자들은 "지금 합병을 논의하는 것은 무리" 라며 "일단 파업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합병을 총지휘할 합병추진위나 실무를 담당할 사무국은 파업수습후 1월중에나 설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은행의 실사를 담당할 제3의 외부 기관은 외국계 회계법인이나 컨설팅회사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파업이 수습되면 두 은행 경영진은 합병으로 인한 인력감축 및 점포폐쇄 계획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외부에서 많은 점포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중복으로 인한 점포 폐쇄율은 1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원 감축도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두 은행장이 한결같이 '축소지향적인 합병'이 아니라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합병'이라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민은행은 파격적인 명예퇴직금(30개월)을 약속했지만 주택은행은 아직 명퇴금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거액의 명퇴금을 약속한 이상 주택은행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갑작스럽게 합병을 발표한 탓에 곳곳에서 합병과 관련해 파열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합병비율. 주택은행이 먼저 "합병비율은 주가를 기준으로 국민 대 주택이 1.455대 1"이라고 발표하자 국민은행이 발끈하며 "합병비율은 제 3의 기관을 통해 자산과 부채를 실사한 뒤 결정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택은행도 다시 "합병비율을 다시 공시하겠다"고 물러섰다.
◇은행 영업점 업무 마비=파업 이틀째인 23일 두 은행의 영업점은 자동화기기와 어음결제를 제외하면 사실상 업무가 마비됐다. 국민은행은 합병 발표후 상당수 점포장, 차장들이 영업점으로 출근하지 않아 590여개 점포가 대부분 업무가 중단됐다. 주택은행도 영업점 552개중 약 25% 정도인 130여개만이 영업에 들어갔으나 급한 업무만 처리하는 등 파행 운영됐다. 자동화기기도 현금 부족과 고장 등으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한빛, 조흥, 기업은행, 농협 등 10개 주요 은행 종합기획부장들은 23일 회의를 연 뒤 "노조의 파업기간중 국민ㆍ주택은행으로의 송금 수수료, 연체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으며, 국민ㆍ주택은행 고객들이 다른 은행을이용할 경우 수수료 추가 부담을 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합기획부장들은 파업이 계속될 경우 26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김상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