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회공헌의 참 뜻

얼마 전 회사의 사회공헌 사이트를 통해 복지단체에 상당히 많은 액수의 기부금을 낸 직원이 있다고 해 조용히 불러 크게 칭찬해준 일이 있었다. 매달 일정액의 급여를 받는 샐러리맨으로서 선뜻 실천하기 힘든 일을 했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평소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업종보다 더 높은 윤리의식과 봉사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필자로서는 무척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개인과 기업을 불문하고 이제는 이 같은 일들을 주변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에 전경련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봐도 응답 기업의 76%가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니 활동의 성격과 내용 여부를 떠나 많은 기업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사실 국내외 기업을 불문하고 사회공헌이 현대 기업의 화두로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과거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에 의한 개인의 이기적인 경제활동이 결국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오게 된다는 경제이론을 설파한 이래 한동안 기업에는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이라는 기본적인 경제적 사명이 중시됐다. 또 경제적 기능에 충실한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간주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다원화되고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사회 전체에 전가되면서 사익의 추구만으로는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미국에서는 지난 70년대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논의가 등장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것이 이제는 기업 규모를 떠나 모든 기업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더욱이 사회공헌은 기업의 신뢰도와 직결되면서 사회적 투자라는 개념으로 정립돼야 할 상황에 이르렀고 우리사회가 `천민자본주의`라는 오명을 벗어버리기 위해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충분한 사회적 담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을 유지 존속시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문제해결에 이르기까지 그 임무와 역할이 매우 폭 넓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따른 활동은 경영자뿐만 아니라 기업 구성원 모두가 같은 뜻을 공유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했을 때만이 의미가 있고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몇 해 전 `상도`라는 소설을 통해 200년 만에 깨어난 이 땅의 거상(巨商) 임상옥은 소박하지만 짙은 감동으로 사회공헌의 참된 의미를 우리에게 전해준 바 있다. 장사란 이윤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며 사람이란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고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이라고 한 임상옥의 유언이야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두되는 시기에 걸 맞는 훌륭한 교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박종수<대우증권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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