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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윤곽이 조만간 드러날 예정인 가운데 회장과 행장의 겸직 체제 여부는 회장 선출 이후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KB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이를 당장 정하지 않고 차기 회장의 뜻을 반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회추위가 KB의 차기 구도를 완전히 결정짓는 것이 부담스럽고 금융 당국이 회장과 행장의 겸직 체제를 바라고 있다는 점도 회추위 분위기가 이같이 흘러가는 이유로 보인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회추위가 어떤 출신의 회장을 뽑느냐에 따라 회장과 행장 겸직 체제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출신의 회장을 뽑을 경우 KB 조직을 달래기 위해서는 내부 출신 행장을 다시 선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부 출신이 회장과 행장을 모두 겸임할 경우 KB 내부조직의 반발을 통제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회장·행장 분리 체제로 가닥이 잡힐 경우 차기 회장으로는 이종휘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이 경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 사람 모두 행원에서 시작해 은행원의 꽃인 행장에 오른 정통 뱅커 출신들이다.
관료 출신 회장 선임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 이사장과 조 전 행장의 이력이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조 전 행장은 한때 국민은행 노조에서도 신망을 얻었다는 점에서 내부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카드로 지목된다.
다만 회장으로 외부 출신이 선임될 경우 국민은행 내부 출신으로 행장을 선임해 권력을 분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행장으로는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 박지우 은행장 직무대행,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등이 유력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김 전 부행장의 경우 국민은행을 떠난 후에도 외국계 신용평가사 등 다양한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던 이력이 있어 헤드헌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전 부행장은 서울보증보험의 유력한 차기 사장 후보 중 한명이기도 하다.
은행가 집안 출신(아버지가 전직 주택은행장)인 박 직무대행은 현재 국민은행의 상태를 가장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유력한 카드 중의 하나다.
'상고 출신 천재' '포스트 김정태' 등으로 불렸던 윤 전 부사장 역시 감독 당국 등에서 평판이 좋은 편이다. 다만 윤 전 부사장은 순수 KB맨은 아니라는 약점은 있다.
물론 회추위가 금융 당국 등의 뜻을 반영해 회장·행장 겸직 체제로 방향을 잡을 경우 내부 출신 회장을 앉힐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경우 김 전 부행장과 윤 전 부사장, 박 행장 직무대행 등이 모두 회장 후보군에 다시 편입되며 이외에도 다양한 KB의 전직 부행장들이나 계열사 전 사장들이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
경험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미 국민은행장을 역임했던 민병덕 전 행장, 윤웅원 KB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도 무시할 수 없는 유력한 카드다. 여기에 국민·주택은행 합병 실무전략을 주도했던 정연근 전 KB데이터시스템 사장 등도 10월2일 발표될 10명의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주택은행(2채널) 출신 중에서 대표주자로 부각됐던 최기의 전 국민카드 사장도 하마평의 단골손님이지만 조만간 당국의 징계를 앞두고 있어 선임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회추위는 다음달 2일 10명의 압축된 후보군을 공개한 뒤 추가 검토를 거쳐 4명의 심층면접 대상을 선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