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돈맥경화원인 부실재벌 퇴출"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들은 21일 최근의 자금경색은 부실기업을 정리하지 못한데 따른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부실이 극심한 재벌 계열사 등을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고 일제히 주장했다.
최근의 자금난은 금융권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데서 출발했고 이는 지지부진한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해 무려 100조원에 이르는 금융권 부실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워크아웃·화의·법정관리중인 기업들이 높은 경제성장률 등 거시지표상의 호조에 기댄채 계열사·부동산 매각, 인원감축 등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고 채권은행은 부실채권 현실화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우려 정부는 기업정리에 따른 실업자 확대 등을 우려해 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하지 못하는 3박자가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KDI의 한 연구위원은 『한국 금융권의 정상화는 기업부실 청소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워크아웃 등에 들어간 기업들이 경기상승세를 이용해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자구노력을 외면했고 이에 따라 아직까지 채무액의 이자도 제대로 못갚고 있는데, 이 상태를 언제까지 계속 끌고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따라서 부실기업, 특히 부실이 극심한 재벌사 등을 우선적으로 과감히 청산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 리스크(시장위험)는 적절한 통화정책으로 해결하고 최후에는 공적자금도 투입해야 한다』면서 『이런 원칙이 실천되면 남아있는 부실기업들은 자구노력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피력했다.
다른 연구위원은 『최근 자금난의 핵심적 원인은 부실기업에 있다』면서 『따라서 자력으로 버틸 수 없는 기업들은 과감히 워크아웃 등의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워크아웃기업들이 제대로 회생하지 못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담당 은행이 경영능력을 못갖췄기 때문』이라면서 『작년 5월 현재 무려 250조원에 이르는 수탁고를 자랑했던 투신사들이 한계 재벌사 등을 지원해 퇴출을 지연시킨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구위원은 『자기힘으로 생존할 수 없는 투신사 등 제2금융권 기관들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투신사 부실규모를 빠짐없이 공개하는등 신뢰확보를 위한 작업을 차근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연구위원은 『미래의 수익성으로 현재의 부실을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이
나 금융기관은 당연히 퇴출시켜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공적자금을 마련하는데 정부가 주저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해 정확히 실사하고 생존여부를 판정하는 객관적 기구를 만드는 것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진순(李鎭淳) KDI 원장도 지난달 26일 엄낙용(嚴洛鎔) 재경부차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점검회의에서 금융권 부실은 금년 하반기까지 모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우계열사정리 등 부실 해결을 위한 실제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는 특히 『일부 대우계열사나 덤핑을 통해 동종업계에 피해를 주는 기업들은 과감히 정리해야한다』고 말했다.
최공필(崔公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실한 투신·종금사를 퇴출시키고 손실분담원칙을 적용해 부실책임을 나눠야 한다』면서 『퇴출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은 불가피한 비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소 아깝다고 생각하는 금융기관도 청산한다는 강도높은 구조조정 의지와 실천이 없으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제2금융권에 대한 근원적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해외투자은행이 기존의 기관을 합병하는 등의 방식으로 들어와 영업을 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안의식기자 ESAHN@SED.CO.KR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안의식기자ESAHN@SED.CO.KR
구동본기자DBKOO@SED.CO.KR
입력시간 2000/06/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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