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기자의 눈] 김태정씨의 '모르쇠' 작전

검찰 수사진도 선배인 金전총장을 예우하느라 굳게 다문 입만 쳐다볼 뿐 한숨만 내쉬고 있다. 구치소를 방문했던 검찰 관계자는 『金전총장이 입을 열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우리도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옷로비 보고서사건은 金전총장의 말 한마디면 해결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사안이다. 이런 사건을 놓고 검찰이 金전총장의 입을 열기 위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金전총장이 총장으로 있을 때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건네준 「옷로비 최초문건보고서」를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만 말하면 그가 아낀다는 후배검사들이 이렇게 곤욕을 치르지는 않을 것이다. 金전총장은 지난번 부인 延씨와 함께 특검팀에 출두해 『검찰조직의 장래를 위해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발언은 그가 진정 검찰의 장래를 위한 것인지, 자신의 장래만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는 이에 한술 더 떠 최근에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말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다. 일국의 사정기관 총수를 지낸 사람이, 스스로 한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고 하는 사람이 취할 도리가 아니다. 사실 검찰총장이 사상 처음 구치소에 수감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당시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동정했었다. 그러나 지금 국민 여론은 피의자인 그를 왜 검찰청에 소환해 조사하지 않고 검찰관이 구치소로 가 신문하느냐고 분노하고 있다. 물론 金전총장은 문건을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말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털어놓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공개한 뒤 억울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용서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나는 기억이 나지 않아 말을 못하니까 수사진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은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지금 그가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스스로 말한 「검찰의 장래」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검찰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이제 며칠 후면 새 천년을 맞이한다. 그의 용기있는 말 한마디로 신속한 사건을 기대해본다. 尹鍾烈기자 사회부YJYU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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