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멀티혁명」 삶을 바꾼다/정보통신 대격변

◎통신·방송영역 이젠 하나로…/방송에 진입장벽·국경개념 사라져/2000년 세계시장 3조달러 넘어설듯세기말을 앞두고 정보통신시장에서 대대적인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게 있는가 하면, 어느날 갑자기 대세처럼 굳어져 가는 새로운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그렇고, 삐삐처럼 갑자기 싸진 휴대폰이 그렇다. 인터넷은 마치 물과 공기처럼 뗄 수 없는 경제와 상활의 환경이 돼 가고 있다. 이른바 「패러다임의 교체」는 정보통신분야에서 특히 뚜렷하다. 20세기말 두드러지고 있는 정보통신분야의 격변 6제를 진단한다.<편집자 주> 지난 7월 7일 낮 12시.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은 PC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실험」을 목격했다. 메가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표 박중하)이 「인터넷 전문방송」을 표방하며 만든 「m2TV」가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송출한 것이다. m2TV는 국내 처음으로 기록된 인터넷 방송프로그램 「디지털 창세기」와 「서울24시」를 자체 기획, 제작했다. 이를테면 어엿한 독립 방송국인 셈이다. m2TV는 풍부한 동영상정보를 제공한 점에서 문자나 정지영상을 보여주는 단순 인터넷 홈페이지와 달랐다. 또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 송출했다는 점에서 기존 공중파 TV방송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재전송하는 것과도 달랐다. m2TV의 출현은 말 그대로 새로운 실험이었다. 인터넷방송이 완전히 새로운 창작은 아니다. 단순화하면 인터넷과 TV를 결합한 것이다. 통신과 방송이 교배되어 신종 미디어가 탄생한 것 쯤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인터넷방송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갖고 있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그중 하나는 누구나 동영상을 제작, 송출할 수 있는 「개인방송」시대를 연다는 점이다. 방송은 모든 산업중 진입장벽이 가장 높다. 하지만 인터넷방송은 진입장벽 자체가 없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측면은 인터넷방송이 세계 방송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m2TV가 만든 프로그램을 미국이든, 아프리카든 세계의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방송에 국경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방송은 미래의 방송에서 국경이 초월되는 「패러다임 교체」가 나타날 것임을 생생하게 예고하고 있다. 인터넷방송은 현재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최대 관심사이자 가장 중요한 변화추세인 통신·방송 융합현상 중 한가지 예에 불과하다. 최근의 통신·방송 융합은 매우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과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내로라하는 정보통신기업들은 저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골몰하고 있다. FM라디오방송으로 삐삐호출을 하는 기술도 개발됐고,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셀룰러TV」라는 개념도 나올 정도다. 오래전부터 서울시내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전광판은 전형적으로 통신과 방송이 결합된 경우다. 전광판에 나오는 컨텐트 즉, 뉴스와 광고화면은 한국통신의 전용회선으로 보내진다. 전송과정이 통신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전광판뉴스는 길거리를 지나는 불특정 다수가 시청한다. 이 점에서는 방송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통신은 △특정인 사이에 △쌍방향으로 송·수신하여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방송은 △불특정 다수의 공중에 △일방향으로 송신하여 △프로그램을 전달하는 것이다. 전광판뉴스는 이같은 식의 구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한데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지금까지 출현했거나 제안된 통신·방송 융합은 PC방송, 광대역 디지털TV, 쌍방향TV, 무선CATV, CATV전화, 인터캐스트, 주문형비디오(VOD), 통신위성을 이용한 TV방송 등 다양하기 이를데 없다. 일본 NHK의 과학기술연구소는 컴퓨터와 전화기, TV, VTR, 오디오 등 온갖 통신·영상·가전기기를 합쳐 놓는 통합서비스형 TV홈서버를 2∼3년 내에 개발키로 했다. 통신·방송의 융합은 곧잘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C&C)과 비교된다. 컴퓨터와 통신은 70년대까지 특별한 접점없이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80년대 들어 미국의 연구기관과 대학을 중심으로 「컴퓨터에 의한 정보교환」의 가능성이 집중적으로 모색됐다. VAN(부가가치통신망) 개념이 창안됐고, PC통신도 급속히 발전했다. 인터넷은 C&C시대의 열매이자, 통신·방송의 융합을 연결하는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통신·방송의 융합은 기술과 서비스, 산업의 융합까지 포괄한다. 디지털화, 광역화, 쌍방향화 등의 기술이 음성·영상·데이터서비스를 묶는다. 전화·컴퓨터·다채널 TV가 결합된다. 기술통합은 산업통합을 가져온다. 전화회사의 방송·영상사업 진출, CATV회사의 음성·고속데이터통신사업 진출이 그 예다. 음성·영상·데이터서비스 등 컨텐트간 융합으로 멀티서비스가 출현한다』 최근 내한한 미국 미시간대의 토머스 볼드윈교수의 분석이다. 통신·방송의 융합으로 창출하는 세계 멀티미디어시장은 오는 2000년 약 3조3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정확한 시장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는게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어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돌출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숱한 통신·방송 융합서비스 중 과연 어떤 것이 소비자들에게 선택될 것인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통신·방송의 융합이 대단한 바람이지만 막연한 것도 사실이다.<이재권 기자> ◎우리의 실태/법·제도 따로따로 놀고 부처간 관할권 다툼만/무궁화위성 발사2년째 업자선정 못해 돈만 펑펑 축내/선진국들은 저만큼 달려가는데 정부는 지원 뒷전 발전에 되레 걸림돌로 『통신담당 부처와 방송담당부처가 정보통신부와 공보처로 이원화된 것이 우리나라의 통신·방송 융합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요소다』 지난 5월 28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 국회 「통일과 21세기를 준비하는 모임」은 이날 「통신과 방송 융합시대의 정책과 과제」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가졌다. 입법기관인 국회와 관련 부처, 학계, 업계의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통신·방송 융합문제에 대해 토론회를 가졌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한 자리였다. 이날 나온 문제 제기의 공통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통신 및 방송 관련 법과 제도, 주무 부처가 정통부와 공보처로 이원화돼 있기 때문에 통신과 방송기술이 융합하는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서비스 도입도 지연되고, 그에 따라 산업발전이 저해된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정통부는 여전히 『통신과 방송산업의 정책기능을 정통부로 일원화해야 한다』, 공보처측은 『기술만 보면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이 소홀해진다. 독자적인 방송정책의 유지가 바람직하다』며 각기 기존논리를 고수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했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근대화의 물결이 몰려 오는데 조정에선 사색당쟁만 일삼는 조선말기의 모습』이라며 양 부처의 갈등을 비난했다. 미국의 경우. 정부는 지난해 초 통신의 방송진출, 방송의 통신진출을 전면 허용하는 통신법 개정을 단행했다. 미국의 컴퓨터·가전·방송업계는 지난해 11월 차세대 디지털 규격안에 합의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한달 뒤 이를 승인했다. FCC는 이어 최근 방송사에 디지털 TV용 주파수를 경매처분함으로써 기대되는 1백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재정수입을 포기하면서 주파수를 무료로 나눠줬다. 대신 98년중으로 디지털 TV 서비스를 시작하도록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아날로그방식 고선명 TV 하이비전을 포기하고, 모든 방송의 디지털화를 2000년까지 앞당기기로 한 것은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통신·방송 융합의 꽃으로 불리는 차세대 디지털 TV를 두고 21세기 최대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벌써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의 제도는 통신, 공중파 TV, CATV 등 정보전달 매체별로 법이 다르다. 통신과 방송의 상호진입도 금지돼 있다. 정보의 내용이 통신이냐, 방송이냐에 따라 규제기관도 정보통신위원회, 방송위원회, 종합유선방송위원회 등으로 3원화돼 있다. 이처럼 법과 규제기관이 따로 놀고, 관련정책 수립 및 집행도 정통부와 공보처로 나뉘어 있다. 이런 판에 통신·방송관련 기술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부문이 빠른 속도로 통합돼 가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적, 거시적 산업정책을 세우기는 참으로 요원하다. 위성으로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구현해볼 수 있는 무궁화위성은 발사된지 2년이 다 되도록 위성방송사업자를 선정하지 않아 녹이 슬 지경이다. 정부가 산업의 발전을 유인하기는 커녕, 앞으로 가지 못하게 버티고 서서 막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가 컬러TV 방영을 2년만 앞당겼어도 전자산업 2등국을 면했을 것이다』 현재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전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우리는 디지털 TV 분야에서도 이미 늦어 2002년에야 서비스에 들어갈 수 있다.<이재권 기자>

관련기사



이재권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