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차대조표 양호·물가도 안정/고용비용지수 2%대… 침체기미 없어햇수로 7년째. 미경제는 이제 단단한 성장 덩어리로 응축되고 있다. 과속이라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의문은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라는 것뿐. 월스트리트저널과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은 최근 저명 경제전문가들의 의견과 산업활동 동향을 종합, 미 경제의 성장국면이 최소한 금세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해 관심을 모았다.
신문들은 이같은 낙관론의 근거로 현재의 미 경기에 호황말기 통상 나타나는 증후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우선 기업 재무상태의 외형적 지표인 대차대조표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 기업의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 규모가 사상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여기에 쓰이는 자금 대부분은 빚이 아닌 자기자본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미 기업의 세전이익에 대한 금융비용의 평균비율이 20%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서 확인된다. 미 경제가 60년대 9년간의 「최장수 호황」을 누릴 당시 마지막 2년간 이 비율이 40%에서 최고 70%에 이르렀던 점과 비교하면 완벽할 정도다.
호황말기면 늘상 오름세를 보이던 물가 역시 안정상태다. 지난해 4·4분기(10월∼12월) 물가상승률은 1.4%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생산성을 나타내는 고용비용지수도 하향 안정세다.
임금과 고용후생비를 포함한 고용비용지수 상승률은 호황말기에 5%를 넘어섰던데 비해 현재는 2%대에 묶여 있다. 『정보기술 진전으로 재고관리가 용이해졌으며, 노동자들도 임금보다는 고용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블라인더 전 연준리(FRB)부의장)는 말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기업들의 경영방식도 예전과는 다르다. 미 기업이 과거의 호황기에는 매출증대를 통한 외형증대에 너무 치중했다면, 지금의 기업은 이익실현에 관심이 더 크다. 경영합리화를 통해 고수익사업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자기자본에 대한 이익률(ROE)이 20% 가까이 돼 일본의 10배에 이른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를통해 미 기업은 5년 연속 순익증가를 달성해 내며 과거 호황기의 순익증가기간과 타이를 이루고 있다.
경제를 둘러싼 낙관적 환경들은 최근 미기업경영자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조사결과 『미 경기가 99년안에 후퇴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회원들의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회원들은 대신 미 경제가 99년 이후 2002년까지도 평균 2.3%의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는 결국 저명 경제학자인 H.카우프만의 말대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김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