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한 금융위기 및 실물경제 침체를 뚫어낼 적임자가 안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재무장관 인선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오마바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당선 후 첫번째 기자회견에서 재무장관 인선과 관련, “신속하면서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며 인선이 좀 늦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미 언론들은 “며칠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진행 중인 7,000억달러 구제금융 집행 대상 등을 협의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인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의 관측과는 거리가 있다.
금융위기와 경제난을 치유할 중차대한 책임을 지는 새 재무장관 인선 구도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53ㆍ사진) 하버드대 교수와 티모시 가이스너(47ㆍ사진) 뉴욕연방은행총재 등 2파전이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강력한 시장 개입주의자로 지난 1997년 한국 외환위기 시절, 한국 단기외채를 장기로 연장하는 데 주저하던 로버트 루빈 당시 재무장관을 설득해 한국 지원을 이끌어낸 인물들. 서머스는 루빈에 앞서 재무장관을 맡았고, 가이스너는 당시 국제금융 담당 차관보였다.
초대 장관 후보에는 서머스 교수가 다소 앞서는 양상. 그러나 서머스 교수는 일 처리가 너무 요란스럽고 말실수로 구설수에 자주 오른다는 게 결정적 흠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버드 총장 재직시절 여성차별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또 오바마 핵심 측근인 시카고 사단에서는 그가 오바마의 경제 브레인이긴 하지만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사람으로 변화를 강조하는 오바마의 코드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가이스너 총재는 월가의 개혁에는 제격이지만 오바마의 사람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날 오바마 캠프는 시카고 경제 브레인 회의에 그를 초대하지 않았다. 전통 관료 출신인 그는 정치적 색깔은 거의 없지만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너무 호흡을 맞춰온 것에 대해 오바마 측근들은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두 사람은 경제철학은 일치하지만 출신 배경과 업무 스타일은 판이하다. 서머스 교수는 독불장군식 일처리로 너무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이스너는 남의 의견을 잘 듣지만 조용한 스타일이어서 의회를 상대로 한 정치력 리더십이 약하다. 월가에서는 그를 ‘은둔의 실력자’라고 부를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마바의 경제브레인 사이에서는 두 사람을 놓고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며 “고령인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한시적으로 맡거나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의 존 코자인 뉴저지주지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