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온통 아수라장이다. 국회 주변에서는 수많은 단체들이 한겨울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여야 의원들은 회의를 열기만 하면 욕설과 몸싸움이 오가는 아수라장을 연출하고 있다. 숱한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지만 국회는 이른바 개혁입법에 발목이 잡혀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민생법안의 처리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니 기업이든 일반 가계든 모두가 내년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그저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17대 국회 개원 초만해도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정치판은 우리 사회를 분열과 혼란으로 몰아넣었을 뿐이다.
올들어 대통령 탄핵사태나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 등 잇따라 터져나온 대형 사건들은 결국 계층 및 지역간 갈등만 분출시켰고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도 큰 부담을 안겨줬다. 모든 사안마다 사생결단식으로 달라붙어 ‘올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새내기 정치인들의 모습은 오히려 옛 정치판을 그리워하는 사람들까지 만들어내고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밑을 맞는 사람들의 표정을 둘러보면 그저 참담할 따름이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이제 웃음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나같이 축 늘어진 어깨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올해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지만 경기양극화는 우리 경제 전반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젊은이들은 대학을 나와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거리를 헤매고 있으며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들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소중한 어린 생명들이 주위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아스러지는 안타까운 현실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잦은 시행착오와 정책혼선에서 벗어나 정치 안정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을 새롭게 일궈내고 실종된 시스템을 복원해 경제계절을 활짝 꽃피워야 한다.
국민들은 그저 피곤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내년은 올해와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살고 싶다.
내년은 우리 경제가 재도약에 성공하느냐 아니면 장기 정체의 터널로 들어서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정부가 앞장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자신감을 되찾아줄 수 있는 지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