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街 '우울한 신학기'

하숙집 품귀에 학자금 대출금리도 껑충<br>뉴타운개발 바람에 전월세 값 껑충<br>등록금 부담에 취업난까지 '삼중고'


요즘 중앙대생들은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새 하숙집을 구하느라 온통 비상이 걸렸다. 흑석동 일대가 뉴타운 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인근 다세대주택이 한꺼번에 철거에 들어가는 바람에 하숙집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하숙집이나 자취방을 얻기 위해 틈만 나면 정보를 교환하고 복덕방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대학 중 뉴타운 개발의 영향권에 들어간 곳은 경희대ㆍ외대ㆍ중앙대ㆍ이화여대 등 10여개에 이르고 있다. 전국의 대학가가 2학기 개강을 코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와 취업난ㆍ물가상승까지 이래저래 겹쳐 대학생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우울한 신학기를 맞고 있다. 끝없이 치솟는 등록금 마련이나 취업 준비, 생활비 조달 등에 시달리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 다니기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이 절로 나오고 있다. 방을 새로 구하기 어렵다 보니 월세ㆍ전세 값도 덩달아 뛰어오르고 있다. 10여평 남짓한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월세 50만~60만원으로 올 봄에 비해 10만원 정도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복학생 신모(24)씨는 이번달 초 정부에서 지원하는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다 ‘대출 불가’라는 쓴맛을 봐야 했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군대에 가기 전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학점이 좋지 않았던 그가 성적의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으려면 100점 만점 기준에 70점 이상이어야 하는데 69점을 받아 자칫하면 복학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대학교 등록금은 벌써 1,000만원 시대에 진입했지만 학자금 대출금리는 8%대까지 치솟아 학생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는 저소득층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대출이자를 지원해주고는 있지만 대상이 턱없이 적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학생 아들을 둔 대기업의 신모 부장은 “경기침체로 임금은 몇 년째 동결 상태인데 대학 등록금, 생활비 부담은 급증한다”며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슬며시 학자금, 생활비 대출을 신청할 때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준비하는 ‘공시족’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성균관대 4학년 이슬기(24)씨는 “새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통폐합, 구조조정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채용 규모가 줄어들거나 아예 채용 계획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지난 2006년 호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은주(26)씨도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가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매년 1% 이상씩 공무원 수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단 위기를 피하고 보자는 휴학생도 갈수록 늘고 있다. 돈도 없고 취업도 어려워 학교에 이름만 걸어두고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계산에서다. 충남대는 이처럼 학생들의 휴학이 급증하자 아예 재적연한을 연장하는 고육책까지 들고 나왔다. 현재 6년으로 돼있는 학생들의 재적연한을 8년까지 연장하는 쪽으로 학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 지방 국립대학의 관계자는 “심한 경우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서울 지역 대학으로 편입을 준비하거나 아르바이트ㆍ임시취업 상태에 있다”며 “지방에서는 대학교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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