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얼마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평균수명이 30년 정도라고 얘기해도 크게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으나 이제는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탄생, 이들 가운데 실제로 증권시장에 상장될 만큼 성장하는 기업은 2∼3%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계를 감안할 때, 분명 기업의 평균수명은 크게 짧아졌다.기업의 평균수명이 짧아졌을 뿐만 아니라 성공을 거두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놀라울 정도로 짧아졌다. 과거에는 한 분야에서 정상을 차지하는 기업이 되려면 최소한 20~30년을 매진해야 가능했으나 이제는 3~4년 내에 시장을 석권하는 기업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델 컴퓨터가 그렇고, 인터넷 사업으로 성장한 야후가 그 좋은 예다. 이렇게 제품과 기업의 수명주기는 눈에 띄게 짧아지고 있으나 기업내에 존재하는 조직은 이러한 환경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질 못하고 있다. 시장상황은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고 있는 데 조직원들의 사고나 행동은 낡은 체제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조직을 이끌고 있는 경영층들은 대개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그 당시에는 물론 남보다 신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었겠지만 조직속에서 20여년 이상을 지내다 보니 생각도 보수적이 되고 저돌적인 추진력도 많이 약화됐다. 자신들만 이렇게 변했다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문제는 이들이 조직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도 자신들의 사고방식을 강요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신세대로서 새로운 감각과 사고의 틀을 가지고 조직에 첫 발을 내딛는 신입사원들에게 고참으로서 자신의 사고체계를 은근히 강요하고 있다. 이렇게 낡은 사고가 신 사고를 덮어버림으로써 조직은 그 활력을 잃게되고 시장에서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최근 어느 텔레콤회사의 광고 가운데 물고기와 남루한 옷을 걸친 소녀가 등장하는 모습이 있다. 신세대에는 큰 호응을 얻고 있으나 구세대 눈으로는 잘 이해가 되질 않는 광고다. 모대학에서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보컬그룹의 일원을 특수기능보유자로 인정해 합격을 시킨 사안을 놓고도 젊은 교수들과 원로 교수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신세대 교수들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반응한 반면, 원로 교수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이라는 입장을 취했다는 얘기다. 이렇듯 세상은 변해가는데 조직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직의 밑부분에서 뭔가 새롭고 창의적인 일을 추진해 보려던 팀들이 힘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고자 하는대로 지원했더라면 엄청난 성공잠재력을 가졌을지도 모르는 아이디어들이 싹을 틔어보지도 못한 채 소멸하고 있다. 조직의 운명을 바꿔 놓았을 수도 있었을 벤처정신이 상부조직의 몰이해 때문에 사장(死藏)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벤처정신을 가진 하부조직의 일부를 조직에서 분리시키는 일이다. 상부조직은 지원과 조언기능을 담당하고, 활기있는 하부조직은 위로부터의 간섭을 최소화한 채 나래를 펴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감한 조직분리 시도만이 새로운 시장변화와 기존의 조직을 조화롭게 공존시킬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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