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R산업이 뜬다] 중고상품

IMF사태 이후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이 중고품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중고 마케팅이 급속도로 고개를 들고 있다.중고상품 하면 중고차가 고작이었으나 최근들어 가전제품, 장난감, 컴퓨터, 가구, 의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이 중고 유통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장롱이나 창고 속의 먼지묻은 상품들이 불황으로 인해 새 주인을 찾아 나서고 있는 셈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극심한 불황을 겪을때 가장 호황을 누린 업종이 중고 재활용품 판매점이었던 점을 감안할때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앞으로 당분간은 중고품 선호경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고 컴퓨터시장도 전에 없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제는 컴퓨터 작업이 손에 익어 아무리 경제사정이 어렵더라도 PC통신이나 각종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일하던 방식을 수작업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컴퓨터는 제품 사이클이 워낙 짧은데다 값도 비싸 중고품이 쉽게 파고들수 있었던 셈. 최근에는 파격적으로 싼값에 중고 컴퓨터를 파는 것은 물론 업그레이드만 시키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같은 체인점도 급속히 늘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만 300여점포가 중고PC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어 점포별로 중고품 판매비중이 15%전후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욱이 컴퓨터는 매년 새로 출시되는 200만대의 신제품이 새로운 환경오염원으로 지적되고 있어 중고 PC를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는 소비패턴은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고 에어컨 프랜차이즈가 등장했다. SEA는 지난해2월 문을 연 이후 꾸준히 매출을 올려 프랜차이즈 사업으로까지 확대됐다. SEA의 경우 중고품을 팔고서도 1년간 무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해주고 있어 애프터 서비스 부재라는 중고유통의 핸디캡을 보완했다. 아이들의 빠른 성장속도 때문에 사용기간이 짧은 아동용품도 중고품 판매가 짭짤하다. 장난감은 물론 유모차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등 덩치크고 비싼 유·아동용품은 무엇이든 판매되고 있다. 중고 자동차도 IMF사태 초반에는 된서리를 맞았지만 1년이상이 세월이 흐르면서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시 자동차매매사업조합의 판매실적이 1만1,321대로 중고차 시장 개장이래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중고차 판매의 증가는 소비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 자동차 제조업체의 파업 등 변수가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중고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변화가 한몫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명브랜드 의류나 핸드백 등을 전문적으로 사들여 수출하는 점포도 생겨났다. ㈜그로발상사는 지난해말 서울 압구정동에 브랜드 리사이클링 숍을 열고 에르메스 샤넬 구치 루이뷔통 등 고급 유명브랜드 의류나 핸드백을 시중가의 20~30%에 매입, 주로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측은 중고품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일본의 경우 중고품 관련 산업이 번창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곧 그런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이버시장을 통한 중고품 유통도 활발하다. PC통신 천리안은 「알뜰시장」(GO MARKET)으로 들어가면 컴퓨터 생활용품 등 중고물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하이텔과 나우누리에도 중고품을 헐값에 사고파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PC통신 동호회인 천리안 주부동호회 「알뜰장터」, 자동차동호회 등에서도 자체적으로 중고품 매매를 알선하는가 하면 인터넷 경매사이트(WWW.AUCTION.CO.KR)에서는 온라인 경매를 통해 중고품을 사고 팔기도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