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로 투자심리가 개선되자 기관이 정보기술(IT)업종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고용지표가 개선될 경우 경기 회복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기대감도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IT주들이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1% 오른 1,885.88로 마감됐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업종이 3.81% 오른 것을 비롯해 유통업(2.62%), 운송장비(1.80%)의 상승 폭이 컸다. 건설업(3.43%)과 화학(2.38%) 등 경기 민감 업종도 모처럼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가 4.42% 오른 129만8,000원에 장을 마쳐 사흘 만에 130만원에 바짝 다가섰고 SK하이닉스(3.82%)와 LG전자(1.08%), LG디스플레이(1.41%) 등 IT주들이 전반적으로 장을 이끌었다. 또 이번주 예정된 중국 경기지표 발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대중공업(4.07%)과 LG화학(3.59%) 등 기계ㆍ화학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부문의 취업자 수는 전달보다 16만3,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 고용지표 개선 소식에 기관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기관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78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달 31일 5,000억원을 사들인 후 잠잠하던 매수세가 다시 살아났다. 특히 기관은 이날 전기전자업종에서만 1,000억원 이상 사들였다.
기관의 이날 매수세는 미국의 고용지표 개선이 글로벌 경기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IT에 집중될 수 있다고 보고 기관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올해 초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자 IT업종은 14% 넘게 상승했다. 이날 거래소에 따르면 IT업종 지수는 올 들어 2일 현재 14.21% 상승하면서 코스피지수 상승률(2.39%)보다 11.82%포인트 초과 수익을 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고용지표 개선이 글로벌 경기 회복의 시그널로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특히 코스피지수의 하단에 대한 믿음으로 기관이 주식 매수를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나 기아차와 비교해볼 때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여름부터 상승 탄력을 받아 아직까지 주가 상승에 대한 모멘텀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성장 속도가 커 기관이 매수 폭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IT업종의 최근 상승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주가가 조정을 받았던 것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또 오는 9월 중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QE3에 대한 기대감도 남아 있어 하반기 IT업종이 국내 증시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갤럭시S3의 판매가 호조를 나타내고 있고 애플의 아이폰5에도 삼성전자의 부품이 상당수 들어가 있어 하반기에도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또 외국인의 매수 행태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수급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증시 방향성을 예상하는데 유로존 이슈보다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학균 팀장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과 이번 ECB 회의 결과를 보면 유로존 상황이 나빠지면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유럽 문제가 현상 유지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 여부가 국내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