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로 한차례 더 내릴 듯 "이탈리아 출신의 매파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깜짝 결정을 내렸다."(블룸버그) 유럽중앙은행(ECB)이 3일 4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유럽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할 정도로 실물 경기가 악화됐다는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몇 달간 높은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가 예상돼 금리 인하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도쿄미츠비시UFJ은행의 리 하드먼 외환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ECB가 향후 1%선까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는 2008년 외환위기 직후 ECB가 내린 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지표로 드러나는 유럽 경제 상황은 이미 최악 수준이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9월 EU 27개국의 실업률은 9.7%로 전 달 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EU 전체 실업자가 2,300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유로존 올해 성장 전망치를 기존 2%에서 1.6%로 하행했고 내년 예상 성장률은 0.3%일 것으로 내다봐 유럽 경제가 당분간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장 클로드 트리셰 전임 총리를 필두로 한 ECB가 그 동안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는 점에서 이번 금리 인하가 의외의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블룸버그가 55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51명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드라기 총리는 지난달 참석한 한 컨퍼런스에서 "ECB는 예외적 조치를 단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결국 금리 인하를 시사했던 셈이다. 드라기 총재가 위기국가로 분류되는 이탈리아의 재무장관이었다는 점을 주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리스의 국민투표 여파로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날 장중 6.39%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부양 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마지노선인 6.5%를 넘길 경우 본격적인 투매현상이 일어나 이탈리아를 제2의 그리스로 만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다만 드라기 총재는 이탈리아 등 위기국가 국채 매입은 한정적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게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 선언에 따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휩싸인 것도 기준 금리를 내리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영국 BBC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파판드레우 총리가 곧 사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가 재차 반론보도를 싣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위기가 금리 인하를 촉진시켰다"며 "더구나 매파로 분류되는 드라기 총리가 이번 금리 인하로 신임장을 받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유럽 물가 성장률이 3%에 달해 목표치인 2%를 넘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기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