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상급식 주민투표] 편 가르기로 갈등 부추겨… 한국 정치 후진성만 드러냈다

■ 투표가 남긴 것 <BR>보편·선별 복지 선택 아닌 장단점 반영 바랐지만 정치권선 이분법만 내세워 <BR>초중고생·학부모들만 관계… 주민투표 사안인지도 의문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 동명아동복지센터 투표소를 찾아 준비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일보=배우한기자


[무상급식 주민투표] 편 가르기로 갈등 부추겨… 한국 정치 후진성만 드러냈다 ■ 투표가 남긴 것 눈물로 호소했지만… 고개숙인 오세훈보편·선별 복지 선택 아닌 장단점 반영 바랐지만 정치권선 이분법만 내세워 초중고생·학부모들만 관계… 주민투표 사안인지도 의문 임세원기자 why@sed.co.kr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 동명아동복지센터 투표소를 찾아 준비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일보=배우한기자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24일 시행됐지만 사회적 갈등은 해소하지 못한 채 한국 정치의 후진성만 드러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심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장점을 모두 취하기를 바랐지만 정치권은 단순 이분법을 내세워 국민들을 편갈랐기 때문이다. 이는 복지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 당초 서울시의 주민투표는 유권자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달 23일 동아시아연구원이 서울시민 500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주민투표에 관심 있다'는 응답이 71%였으며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는 응답도 63.3%로 나타났다. 복지에 대한 민심도 비교적 명확했다. 단순히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양쪽의 장단점을 반영하라는 것이다. 지난 7월23일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경제신문 여론조사에서 57.6%는 '복지비용을 늘리라'고 했지만 동시에 73.4%는 '소득에 따라 복지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의 서울시민 조사에서도 선별적 복지에 대한 공감이 85.6%, 보편적 복지에 대한 공감이 65.6%로 둘 다 과반수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선명성 경쟁에 매몰된 정치권은 민심을 반영하지 못했다. 서울시와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확대를 부자급식ㆍ세금급식으로 매도했다. 서울시의회와 민주당은 올해 초등학교, 내년 중학교 실시 등 사실상 단계적 무상급식인 자신들의 방안을 전면 무상급식으로 선전해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이번 사안이 주민투표의 대상인지도 문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투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생각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큰 틀의 무상급식 찬반이 아니라 서울시 내부의 무상급식 확대 범위를 결정하는 투표이기 때문이다. 또한 각 지자체별로 재원이 허락하면 무상급식을 확대하고 있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이 타 지역의 자치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역대 주민투표가 주민 전체의 생활과 직결된 행정구조 개편 등의 사안인 데 비해 초중고 학생과 30~40대 학부모만 직접 관계 있는 무상급식을 투표에 부친 것 역시 저조한 투표율을 자초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주민투표제도가 정착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주민이 직접 지역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2004년에 도입한 주민투표가 오히려 분란만 키운 전례가 많다. 2005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를 놓고 전북 군산, 경북 경주시 등 4곳에서 치른 주민투표는 지역감정 표출로 민주주의 위기론까지 등장했다. 주민참여가 가장 활발한 편인 독일에서도 주민투표의 대상은 지자체 의회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한정한다. 제대로 된 정보공개 없이 주민들의 불참 속에 치르는 '깜깜이' 주민투표는 어떤 결론이 나든 논란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현출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 팀장은 "서울시처럼 단체장과 의회의 정당이 다른 '분점정부'는 사안마다 부딪치는데 그때마다 주민투표를 실시하면 갈등만 커질 뿐"이라면서 "총선 등 평소 선거에서 후보자의 정책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매니페스토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꼼수'로 전락한 승부수… 오세훈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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