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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꽹과리 등으로 분위기를 돋구는 풍물놀이는 예나 지금이나 흥겨운 잔치에는 항상 빠짐없이 등장하는 우리의 전통 놀이다. 특히 풍물놀이 중간중간 펼치는 상모돌리기는 풍물놀이의 백미다. 경북 김천시에서 풍물용품인 상모와 의상(공연복)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고씨공방의 고종찬 사장(43ㆍ사진)이 풍물놀이를 연습하고 공연하는 국악테마 마을을 조성하고 있어 그 동안 연습장이 없어 애를 태우던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전용연습장 없어 애태우던 국악인들에게 희망 선사
연말 완공…학생·기업체 등 연수시설로도 활용 방침
고사장은 지난 96년부터 용품을 직접 제조하기 시작해, 2003년 현재의 김천시 아포읍 자가사업장으로 이전하면서 용품전문 제조사로서 전국 유통을 시작했다. 대학 재학 때 서클활동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을 계기로 국악과 인연을 맺어 현재는 전국에서 가장 큰 국악전문용품 제조사로 자리잡았다. 현재 국내에는 이 분야에서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의상과 용품을 제조하는 장인은 고사장이 유일하다. 그는 머리로 하늘을 돌리는 기술(국악인들은 상모 돌리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다)을 행사하는 종목은 세계에서 우리민족의 풍물놀이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풍물놀이가 외국에서도 신기한 공연으로 여겨지며 인기를 얻는 비결도 바로 이 하늘을 돌리는 상모에 있다고 한다. 실제 공중에서 머리를 이용해 10m에 달하는 상모를 돌리는 묘기는 천지를 울리는 듯한 국악의 청각과 함께 묘한 조화를 이루는 시각적인 효과를 더해주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공식적인 풍물놀이 연습장이 없다. 물론 정부와 민간에서 운영하는 좋은 시설의 합동공연장은 있지만 풍물놀이패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전용연습장은 없어 항상 애를 태우고 있다. 풍물은 악기의 특성에서 오는 큰 소음으로 인해 장소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에 고사장은 공장 내에 숙소와 강당을 마련해 아쉬우나마 이들에게 연습장으로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또한 매 방학 때마다 우도 농악으로 유명한 유순자 명인을 비롯한 대가들이 문하생들의 교육장으로 고씨공방을 국악교실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방학이 끝나는 것과 함께 다음 국악교실 방학캠프 예약이 완료되고 있어 그들에게 연습장이 얼마나 부족한 현실인지 말해주고 있다. 이 기간에는 전국에서 문하생들이 모여들어 이곳에서 연습을 한다. 고사장은 그 동안 용품제조로 근근히 마련한 자금으로 김천시 대항면 직지사 부근에 국악테마마을을 건립하고 있다. 그가 3만여평의 부지에 1만여평 규모로 건립해 운영할 시설은 강당과 야외공연장 및 수련실과 강의실 등 국악 학습에 필요한 제반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여기에 풍물놀이를 전수 받기 원하는 지망생들이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도 곁들인다. 또 이 곳에 상시 연습장이 마련되면 풍물놀이 공연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고사장은 앞으로 평상시에는 이 마을을 개방해 풍물에 흥미를 가진 학생들의 수련시설과 기업체 연수원으로 제공할 예정이며, 방학 때면 전용연습장으로 무료 제공할 방침이다. 이 테마마을은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분야에 역시 조예가 깊은 부인(안경미씨)의 적극적인 내조에 힘입어 5~6명의 직원들이 연 1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이 분야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고사장은 앞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모두 국악마을 운영비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해서 수려한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곳에서 국악인들이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생각이다. 고사장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풍물놀이를 발전시켜온 분들을 위해 봉사할 생각”이라며 “어차피 처음부터 가진 것 없이 시작해 이만큼이라도 사업을 번창시켰으니 다시 풍물놀이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니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