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초코파이의 교훈


지난 2006년 시작돼 6년여를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논란 끝에 오는 15일 발효된다. 우리 시장보다 15배가 크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는 14조3,000억달러의 세계 최대 시장이 우리 경제 영토로 편입된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 경제 영토는 전 세계 시장의 61%(GDP 기준)까지 확대된다.

아직도 한미 FTA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으나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에서 시장 개방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1978년 관세율이 40%였던 과자 시장을 열었을 때 '이제 제과업체는 다 망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ㆍ칠레 FTA 때는 포도농가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 했다.


까르푸ㆍ월마트의 한국 시장 진출로 대표되는 유통시장 개방 때도 관련 업체들이 모두 들고 일어서 반대했다. 수입선다변화 제도 폐지, 일본 문화 개방 등 시장 개방에는 한결같이 거센 반대와 도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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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시장 개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갔다. 과자 시장 개방의 어수선한 과정에서 나온 제품이 '초코파이'다. 초코파이는 현재 중국ㆍ러시아 등 60여개국에 수출되고 베트남에서는 제사상에 오를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자가 됐다.

까르푸 등 세계적인 유통업체는 경쟁을 통해 성장한 우리 기업에 밀려 스스로 우리나라를 떠났다. 일본 문화 개방으로 한국 대중문화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를 뒤집고 한류(韓流)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ㆍ남미 등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우리 경제는 1970년대 오일쇼크,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세계 금융위기 등 숱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지난해 우리는 세계 9번째로 무역규모 1조달러의 무역대국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의 경제 성장은 개방을 통한 수출 확대, 경쟁력 확보의 역사다. 미국과의 FTA 발효를 목전에 둔 지금도 마찬가지다. 개방에 대한 막연한 반대보다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국 시장을 우리 앞마당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다 혜택을 주는 정책은 없다. FTA로 얻는 이익이 피해보다 훨씬 더 크다면 피해를 입는 분야에 대해 충분한 보상과 지원을 해나가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전체적인 국익 증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대외무역 의존도가 85%를 넘는 우리 입장에서 개방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쇄국만 고집해서는 살 수 없는 글로벌 시대다. 개방을 통한 경쟁력 확보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초코파이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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