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FTA 발효로 관세 철폐 혜택을 보는 품목이 오히려 이후 유통가격이 올라 물가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이런 품목을 선별해 물가 당국이 소비자단체와 함께 주기적으로 유통단계별 가격을 분석해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공시는 기획재정부 소비자단체와 손잡고 추진하는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나 물가 당국의 인터넷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시 주기는 아직 미정이지만 품목에 따라 분기나 반기별로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어떤 품목을 모니터링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능하면 국민의 생활에 밀접하고 물가지수에 상대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품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통단계별 가격 검증에는 적지 않은 인력과 전문성ㆍ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초반에는 소규모 품목으로 시범 공시되다 이후 그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당국자들은 쇠고기ㆍ오렌지ㆍ와인 등이 시범품목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에 유통구조 분석 등을 통한 가격 공개 등을 위해 2억원가량의 재원을 확보한 상태여서 이번 방침을 추진하는 데는 별다른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FTA물가를 지속적으로 공시하고 관리하려는 것은 관세 인하 및 철폐에 따른 세 부담 감소의 혜택을 일부 수입ㆍ유통업자 등이 자신의 마진으로 독식하고 소비자들과 가격 인하 혜택을 나누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경제신문의 보도에서는 한ㆍ유럽연합(EU) FTA의 수혜를 받은 주요 품목 중에서는 소비자판매가격이 FTA 발효 이전보다 되레 올랐거나 기존 수준에서 제자리인 경우가 지적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호주ㆍ터키ㆍ콜롬비아 등과도 FTA를 타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FTA물가 관리체계를 더욱 상시적이고 정밀하게 가다듬을 방침이다. 유통단계별 가격이 정기적으로 공시되면 수입ㆍ유통업자가 과도한 마진을 챙기거나 가격 담합을 하는지 여부도 간접적으로 체크할 수 있다. 따라서 부당한 가격을 받는 업자는 소비자불매운동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징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