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우려된다고 약 먹기 꺼리면 안돼
자연스러운 헤어라인 '섬세한 손기술' 정평
중국 등서 모발이식 기술 배우려 찾아와
탈모치료는 환자와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
"집안 내력이었던 탈모가 나에게도 생길까봐 두려워 어렸을 적부터 탈모치료제를 개발해야겠다는 꿈을 가졌고 이제는 탈모환자를 돌보는 일이 평생 직업이 됐습니다. 10여년간 탈모치료 외길을 걸어왔듯이 앞으로도 지치고 힘든 탈모환자분들의 심신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따뜻한 탈모치료 전문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김진영(사진) 연세모벨르피부과 대표 원장은 국내에서 탈모치료에 관한 한 손꼽히는 전문가다. 비록 40대의 젊은 나이지만 10여년간 탈모치료라는 한우물만 파며 다양한 치료법을 국내에 선보여 탈모환자들의 고민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지난 2005년 서울 교대역 근처에서 처음 개원했던 병원을 2011년 논현동(강남점)으로 이전했고 인천과 대전, 대구 등 지방에도 병원을 만들었다. 곧 제주도에 인터내셔널 모발이식센터 개원을 앞두고 있으며 부산점도 재오픈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처음 서울에 병원을 개원했을 때 탈모치료를 받기 위해 대구나 제주에서 찾아온 환자들이 있었다"며 "모발이식은 한두 번이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를 오고 갈 수도 있겠지만 탈모치료의 경우 1~2주 간격으로 수개월간 내원해야 하기 때문에 교통비와 시간적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됐고 지역민이 편하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병원을 네트워크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김 원장 본인이 20년간 탈모치료제를 먹고 있는 탈모 환자라는 것.
"탈모치료제 복용이 탈모치료의 기본이지만 많은 환자들이 부작용 우려 때문에 약 먹기를 꺼리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환자들에게는 '내가 20년간 탈모약을 먹고 있는데 괜찮다'며 설득을 하죠."
그가 탈모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탈모 가족력 때문이었다.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아버지, 작은아버지 등 친가쪽 어른들이 모두 탈모인 것을 보고 자라면서 탈모라는 현상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을 즈음 중학교 체육시간에 햇빛에 비치는 그의 머리를 보고 친구들이 놀려대기 시작했다. '두피 속이 휑하다, 너도 대머리 되겠다'라는 친구들의 놀림이 뇌리에 박혔다.
"대머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현실이 되는 듯 느껴지면서 어른이 되자마자 아버지처럼 대머리가 될 거라는 악몽에 시달렸죠. 오죽하면 일기장에 탈모치료약을 개발하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썼더라구요."
이 일기장은 하도 오래전 일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탈모치료 의사로 성장한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아버지가 보여줬다고 한다.
탈모가 두려워 탈모치료약을 개발하겠다는 과학자에서 탈모치료를 하려는 의사로 꿈이 구체화되면서 결국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판사 집안에서 판사 나고 의사 집안에서 의사 나온다는 세간의 말과 달리 '탈모 집안에서 탈모치료 의사'가 나온 셈이다.
6년의 의대 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유학을 하면서도 유독 '탈모치료'에 관심을 쏟은 그는 하버드대와 프랑스·벨기에서 모발이식에 대한 연수를 마친 후 귀국해 탈모치료만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개원했다. 한자의 '毛(모)'와 프랑스어 belle(아름다운)'을 합쳐 '아름다운 모발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 연세모벨르의 시작이었다.
"탈모치료의 첫 환자는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탈모유전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두피 청결과 샴푸 등 모발관리에 신경 쓰고 20여년 전부터 탈모약을 먹어왔지요. 병원에서 탈모치료를 위한 두피관리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관리를 한 탓인지 김 원장은 전혀 탈모환자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의 풍성한 머리숱을 유지하고 있다.
김 원장은 "탈모는 치료가 되는 질환이며 초기부터 치료할수록 효과도 좋고 비용도 적게 든다"며 "그러나 의학적 치료를 외면하고 민간요법이나 근거 없는 치료법에 시간과 돈을 쓰다 중증으로 악화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모발이식학회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많이 빠지는 등 탈모 초기 증상이 시작되고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기까지 평균 5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기에 걸리면 즉시 병원에 가잖아요. 병원 약을 처방 받아 먹으면 증상도 완화되고 감기를 쉽게 넘길 수 있죠. 탈모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골이 된 내과에 가듯 초기 증상 때부터 탈모 전문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탈모를 멈추고 소실된 머리숱을 되살릴 수 있죠."
요즘 병원을 찾는 탈모 환자들은 20~30대가 많다고 했다. 취업과 결혼 등을 앞두고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해야 할 젊은이들에게 탈모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는 "한창 젊은 20~30대가 탈모 때문에 취업이 안 되고 연애 못 한다고 찾아오면 너무 안타깝다"며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를 만날 때마다 가발을 쓰고 탈모 사실을 숨겨온 한 젊은 남성은 오히려 여자친구의 권유로 병원을 찾아 탈모치료를 받았고 1년 후에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고 감사 인사를 전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세모벨르는 탈모치료만을 위해 최적화된 병원인 만큼 약물치료부터 시작해서 모낭주사, 줄기세포 탈모치료, 두피색소주입술 같은 비수술적 치료와 모발이식이 다 이뤄지고 있다. 김 원장은 10여년 이상 탈모치료와 모발이식에만 집중한 결과 총 8,000여건에 이르는 모발이식 환자를 치료했고 줄기세포 탈모치료 역시 1.000례를 돌파했다.
수개월이 걸리는 탈모치료보다 한두 번으로 끝나는 모발이식을 더 선호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지만 그는 탈모치료를 우선순위에 둔다. 그는 "모낭(머리털의 뿌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주머니)이 살아 있으면 이를 충분히 살리는 탈모치료가 우선"이라며 "대표적인 치료가 모낭주사와 줄기세포 치료인데 발모 효과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발이식은 여러 번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라 일생에 2~3회 정도 할 수 있는 수술로 탈모에서 탈출하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라며 "탈모 부위의 모낭이 완전히 사라져 어떤 치료로도 발모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없을 때 머리 뒤쪽의 모낭을 채취해서 탈모 부위에 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취할 수 있는 모낭이 한정적인 만큼 일생에 한 번이라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발이식을 탈모치료의 종착역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탈모치료의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어준 모낭이 잘 자라게 하고 다른 부위에서 탈모가 진행되지 않게 하려면 씨를 심은 밭에 거름을 주듯 지속적으로 탈모약을 복용하면서 모낭주사나 줄기세포 같은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탈모치료와 모발이식 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지의 병원을 찾아다녔던 김 원장은 이제는 외국에 탈모치료법을 전수하고 있다. 대만과 중국, 홍콩에 있는 모발이식 특화 병원의 의료진이 해마다 모발이식 기술을 배우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모발이식은 의사의 섬세한 손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남녀 성별과 향후 탈모진행 여부에 따른 헤어라인을 디자인하고 탈모범위에 알맞은 모발의 성장방향과 밀도를 자연스럽게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동료 의료진이 인정하는 그만의 손기술이 있다. 어색한 티가 나지 않는 자연스러운 헤어라인 디자인, 양손을 사용해 모발의 성장 방향에 따른 고밀도 이식은 그의 주특기다. 그는 9시간에 걸친 8,000모에 가까운 대량모낭이식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해외환자 치료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중국 국경절 시즌 등에 병원을 찾는 중국인 환자 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연세모벨르는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한편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가 가능한 상담실장과 간호인력도 갖추고 있다. 제주에 병원을 만드는 것도 강남과 제주를 잇는 의료관광 벨트를 구현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는 "현재는 헤어라인 교정과 눈썹이식, 두피색소주입술 등을 원하는 여성 중국 관광객이 많아 이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탈모치료법과 모발이식 기술이 크게 앞서는 만큼 이를 찾는 남성 중국인 환자들도 점차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경영철학을 물어봤다.
"탈모는 최소 1년 이상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인 만큼 환자와 의료진과의 소통과 신뢰가 중요합니다. 탈모는 환자와 친해지고 병원을 지속적으로 찾게끔 해야 치료효과가 높아지는 만큼 병원 의료진에게 항상 '환자를 가족같이 생각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탈모환자는 자신의 고민을 많이 얘기하니 그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의료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탈모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사진=이호재기자
적은 머리숱… 두피색소주입술로 해결하세요 모발이식보다 저렴하고 시술후 일상생활 가능 |
김진영 원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