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김중수와 김동수

참여정부 집권을 1년도 채 남겨 두지 않았던 지난 2007년. 공기업 수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개중 경력을 볼 때 전직 관료인 A씨가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그는 힘 한번 못쓰고 탈락했다. 이유는 하나, 바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스토리는 간단했다. 집권 후반기 청와대 수석을 제의했는데 거절했다는 것이다. 물론 A씨는 개인 사정상 그럴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충성심이 부족하다"며 단칼에 잘랐다. 당시의 풍광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정치인은 물론 관료에게도 높은 충성심을 요구한다. 자신의 생각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코드 관료'가 예쁘기 마련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정치적 측근이라 부르기에는 어색하지만 두 사람 모두 현 정부 들어 정책 결정의 핵심에 자리해 왔다. 기대에 부흥하는 것일까. 두 사람은 취임을 전후해 대통령의 입맛에 딱 맞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중수 총재. 그는 취임 직전부터 "한은의 독립성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꺼내 한은맨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이런 '다짐'을 훌륭하게 실행에 옮겼다. 지난해 추석 명절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는 시장금리가 잔뜩 비틀리는데도 금리 동결을 일궈냈다. 전임 이성태 총재의 고집불통에 기분이 상했던 대통령으로서는 '바로 이거야'라는 탄성을 자아냈을 법하다. 몇 달 뒤 이어진 공정위원장 인선. 시장에선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동시 교체를 뜻밖으로 받아들였지만, 공정위가 동반 성장 정책의 실행 과정에서 청와대 눈밖에 났다는 소리가 몇 달 전부터 나오던 터였다. 이를 들었다는 듯, 김동수 위원장은 취임과 함께 '돌격 앞으로'를 외쳤다. "공정위가 물가 당국이냐"는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기업의 속살까지 샅샅이 뒤졌다. 대통령은 다시 한번 '이거야'를 외쳤을지도 모른다. 관료들의 충성 경쟁은 임명권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잊고 있는 부분이 있다. 재임 중에는 나타나지 않아도 부작용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 총재의 충성심이 빚어낸 금리 동결의 파편은 이미 시장을 일그러뜨렸다. '김동수식 물가 관리'의 파편 역시 언젠가 우리의 목젖을 파고들 것이다. 경제는 정치와 다르다. 수많은 객체들이 이기심으로 가득 찬 경제 현상에서는 '금도'를 통해 질서가 만들어진다. 정책 역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 정책은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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