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장과 과장으로부터 연이어 전화를 받았다. 공정위의 정유사 과징금 4,348억원 부과의 문제점을 지적한 칼럼에 대한 항의였다.
보는 관점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 있고 적발한 담합행위로 인해 실제 기름값이 얼마나 내리지 않았는지 궁금했던 터라 수화기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들은 건 데이터와 논리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기자가 잘못 썼다고 윽박지르는 고성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왜 보도자료에 근거해 쓰지 않았느냐"는 말마저 나왔다. 대한민국 기자는 정부의 보도자료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옮겨 적는 필경사가 아니다. 정부 치적을 홍보하는 기관원도 더더욱 아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올바른 판단기준을 제시할 의무가 있는 것이 기자다. 또 국민의 권한을 위임 받은 정부의 행위를 감시ㆍ비판하는 것도 기자가 해야 할 일이다.
공정위 과장과 국장의 고함을 연이어 들으며 '언론에 이럴진대 기업이나 국민에게는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또 공정위가 1년 동안 공들여 조사했다지만 상급 재판의 승소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도 말해 주고 싶었다. 공정위 심결의 상급심 부분 패소율은 30% 이상, 완전 패소율도 10%에 이른다.
그런 점에서 칼럼 요지대로 "적발된 행위들이 지난 10년간 정유시장 점유율을 '정말' 고착시켜왔는지 이 때문에 기름값이 내리지 않았는지 정확하고 치밀한 근거를 대야 한다"는 '기초적인'질문은 존중 받아야 한다. 이는 강력 반발하고 있는 정유사들과 법정에서 다툴 핵심 쟁점이기도 하다.
법원의 판결까지 갈 것 없이 공정위의 판단이 옳았는지는 조만간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다. 과징금과 함께 공정위의 '원적관리 담합금지 명령'과 '정보교환 금지명령'덕에 보도자료에 적시한 '정유사의 주유소에 대한 공급가격 인하로 소비자가격 하락 기대'가 실현됐는지 살펴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그즈음 보도자료에 의거해 기사를 써야 한다고 언성을 높인 공정위 국장과 과장에게 전화를 할 생각이다. 물론 예의를 갖추고….